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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제리 카플란 《인간은 필요 없다 Humans Need Not Apply》

by 답설재 2017. 8. 3.

제리 카플란 《인간은 필요 없다 Humans Need Not Apply》

신동숙 옮김, 한스미디어 2016

 

 

 

 

 

 

1

 

「저커버그 VS 머스크 'AI' 설전」이라는 기사를 봤다(한국경제, 2017.7.26(수), A2). 페이스북 CEO 저크버그와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두 사람의 사진에 붙은 "AI 종말론 부추기는 사람 상당히 무책임하다"(저커버그) "AI는 인간 문명에 대한 근본적 위협이 될 것이다"라는 주장이 눈길을 끌었다.

 

 

2

 

〈어메이징 스토리즈_Amazing Stories_〉 〈판타스틱 어드벤처_Fantastic Adventures_〉 같은 공상과학 잡지 얘기부터 시작해서 슬슬 인공지능 분야의 발달로 들어간, 비교적 긴 '서론'의 여기저기에 밑줄을 그으며 '독후감에 쓸 만한 핵심은 여기 다 들어 있구나' 했다.

실제로, 본론 9개 장은, 제목들은 상당히 비유적인 표현들이지만 인공지능 얘기로 가는 여러 가지 사례들이었다.

 

서론

  1. 컴퓨터에게 낚시 가르치기
  2. 로봇에게 뒤따라오는 법 가르치기
  3. 소매치기 로봇
  4. 신이 분노하다
  5. 경관, 저 로봇을 체포하시오
  6. 무료배송의 천국
  7. 용감한 파라오의 고향
  8. 자동화의 그늘
  9. 해결책은 있다

나오며-우리 아이들의 미래

 

 

3

 

경제적인 내용을 평이하게 다루어서 키워드를 찾아 눈에 띄도록 표시를 해두며 읽었다.

그러다가 마지막의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읽으며 깜짝 놀랐다. 직접적이고 명료해서 어떤 내용인지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자율주행차량 얘기도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20년에서 25년 후면 도로를 운행하는 차량의 75%가 자율주행차량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이 한 가지 혁신이 인간의 생활 방식을 급격히 바꾸어 놓을 것이다. 주택에 딸린 차고들은 헛간이나 다름없는 신세가 되고, 주차장으로 낭비되었던 소중한 땅들이 새로운 목적에 활용되면서 엄청나게 넓은 새로운 토지가 생긴다. 환경오염이 줄어들면서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 운전을 배우느라 고생하는 통과의례도 사라진다. 교통체증은 원시적인 시대의 어렴풋한 기억으로 사라지며, 속도제한을 완전이 없앨 수 있어서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집이 직장에서 조금 멀어지더라도 상관이 없기 때문에 도시 주변의 부동산 가격은 낮아지고 더 먼 지역은 오르게 된다. 운전을 안 하기 때문에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서 개인적인 생산성도 훨씬 높아진다. 자동차 보험은 구시대의 유물이 된다. 밤새도록 술을 마셔도 차를 몰고 집에 들어갈 걱정이 없다. 피자 배달원은 이동식 자판기가 될 것이다. (……) (260)

 

'미래로 가는 변화'는 신기술을 수용하기 위한 '언어 변화'로 해석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이 애플 아이폰에 장착된 자연언어 문답 모듈인 시리(Siri)와 대화하는 장면을 50년대 사람들이 본다면 불안에 떨었을지 모른다."(263)

▶ 앞으로 50년 내에 인조지능이 살아있다고 말해도 큰 모순을 느끼지 않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인조지능이 인간의 손아귀를 벗어나 '야생적'인 존재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인조지능이 충분한 능력을 갖추게 되면, 실질적이고 경제적인 다양한 측면에서 법의 눈으로 볼 때 '인조인간'으로 불릴 공산이 크다. / 그러면 위험한 길로 내닫게 된다.(264)

 

 

4

 

인공지능으로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 다만 선택의 문제가 등장하고 지금이 그 선택의 순간이란다.

 

그렇다면 정말 미래는 과거와 어떻게 다를까? 과거에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아이를 키웠다. 그런데 미래에는 지능 있는 기계에게 부모역할을 맡기게 될 것이다. 이 기계들이 힘들고 하기 싫은 일을 맡으면서, 인간은 전례 없는 여가와 자유를 누리게 된다. (……) 처음에는 교통 혼잡을 피할 수 있는 적절한 경로를 안내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우리가 어디 살고, 무엇을 공부하고, 누구와 결혼할 수 있는지까지 통제할 수도 있다.

이 새로운 전성기가 막 태동하는 시기인 지금 우리는 선택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기본적인 조건은 우리가 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거나 아예 사라질 것이며…… (273)

 

드디어 이 책의 제목에 공감하게 된다. 『인간은 필요없다 Humans Need Not Apply』. 인조인간이 우리를 노예로 전환시키진 않는단다. 다만! "Humans Need Not Apply"!

그러면서도 우리 인간이 저 반려동물 신세가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리 세대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말라면 정말로 걱정하지 않아도 좋은 일일까.

 

인조지능이 인간을 '노예화'하게 될까? 그럴 가능성은 적다. 그보다는 우리가 동물을 키우듯 인간을 키우거나, 내부 환경을 쾌적하고 편리하게 조성해서 경계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거의 들지 않게 만들고 그 안에 격리 보호할 가능성이 크다. 인간과 인조지능이 동일한 자원을 놓고 경쟁하지는 않기 때문에, 인조지능들은 지렁이나 선충을 대하듯 우리를 완전히 무관심하게 대하거나, 우리가 반려동물을 대하듯 온정적으로 대할 것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런 일들이 독자들이나 내가 살아가는 생애 내에 일어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275)

 

지구는 햇빛과 고독만이 존재하는 유리 사육장에, 모두의 이익을 위해 우리가 맞아들였던 기계 경호원들이 가끔씩 끼어들어 모두 순조롭게 돌아가는지 살피는, 벽과 담장 없는 동물원이 될지 모른다.(275)

 

 

5

 

앞에서 본 신문기사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낙관론자 저크버그 "5~10년 내 인공지능이 삶의 질 많이 향상시킬 것" "로봇·음성 비서 만들겠다"

비관론자 머스크 "AI가 인간세계 장악할 위험성에 미리 대비해 화성 이주 프로젝트 추진"

 

저크버그와 머스크의 주장들이 재미있다. 두 사람의 견해가 각각 그럴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