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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A. L. 바라바시 《링크 LINKED》

by 답설재 2017. 7. 2.

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 과학

《링크 LINKED》

The New Science of Networks

A. L. 바라바시 지음, 강병남 김기훈 옮김

동아시아 2002

 

 

 

 

 

 

 

    1

 

우리 지구는 점차 수십억 개의 서로 연결된 프로세서 및 센서들로 구성된 단일의 거대 컴퓨터로 진화해 가고 있는 것이다. (…) 그 거대 컴퓨터가 언제쯤 자기인식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인가를 인류는 한 번쯤 심각하게 고려할 단계에 이른 것이다. 인간 두뇌에 비해 엄청나게 더 많은 명령을 훨씬 더 신속하게 처리하는 생각하는 기계가, 수십억 개의 서로 연결된 컴퓨터들로부터 갑자기 출현하는 때는 과연 언제가 될 것인가?(263)

 

(……) 전략적이고 최적화된 나뭇가지 구조보다 순응적이고 유동적인 거미줄 구조, 즉 역동적이고 진화된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수동적인 기업은 자연히 도태되고, 주변으로 밀려나게 된다.(327~328)

 

구글(Google)―야후(Yahoo!) 검색서비스에 채택되어 세계 제1의 검색엔진으로 인정받고 있는―은 사회 네트워크 분석에서 나온 '네트워크 중심도'라는 무기 하나로 검색엔진계를 제패했다.(420)*

 

이 책을 읽으며 밑줄을 그어 놓은 부분들인데 이제 당시의 감흥을 실감할 수가 없다.

 

 

    2

 

왜 그럴까?

아마도 위의 이야기에 앞서 기초적인 내용이 더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여섯 단계 분리 법칙**은 놀랍게도, 우리 사회의 엄청난 규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간을 연결하는 링크를 따라가면 쉽게 그 안을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즉, 60억 노드들로 이뤄진 네트워크에서 임의의 한 쌍의 노드를 선택했을 때, 그들 간의 거리는 평균적으로 6단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56)

 

미국 대통령과 나, 정명훈이나 김구라와 나…… 내가 그런 노드와 연결되는 경로가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것이지만, 그 이전에 이 법칙은 한 사람당 하나 이상의 사회적 링크만 있으면 얼마든지 증명된다는 이야기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또, 함께 소개된 좁은 세상(small world)이라는 단어(57), 이 법칙이 정말인지 아닌지 체험해 볼 수 있는 방법(54, '본 연구에 참여하는 방법')은 '여섯 단계 분리 법칙'을 강렬한 인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보조제였다.

 

 

    3

 

여섯 단계 분리 법칙!

나는 그 법칙으로 우리 인간들이 화해와 평화, 사랑, 신뢰, 우정의 길을 걷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하면서 이 책을 읽고 있는 그해 겨울날들이 왠지 훈훈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러니까 그 며칠간은, 이 나라의 지도자들, 재벌들, 출중한 인물들, 그리고 그동안 나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겨우 여섯 단계, 그러니까 때로는 두어 단계만 거치면 "아, "파란편지"라는 닉네임을 쓰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란 말이지?" 하게 될 순간을 떠올리면서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니 겨울이 겨울답지 않게 느껴질 것은 당연하였다.

 

긴 이야기를 할 것까지는 없을 것이다. 때로는 '좁은 세상'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나는, 쑥스럽게도, 2002년 겨울, 그때보다 '정서적으로는' 더 고독한 느낌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른 이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4

 

'우스개'에 진담 하나를 덧붙이게 되었다. C일보 경제면 톱기사 제목이 눈에 띄었다.

"개인 정보에 막혀서… 한국은 '빅데이터 낙오자'"***

C일보 경제면 톱기사의 제목이다.

 

 

* 역자 후기 '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 중에서.

** '여섯 단계 분리(six degrrees of separation)'는 그로부터 약 30년이 지난 1967년에 하버드대학 교수였던 스탠리 밀그램(Staley Milgram)에 의해서 재발견되었다.(52)

*** 조선일보, 2017.7.4.B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