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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데즈먼드 모리스 《바디워칭 BODY WATCHING》

by 답설재 2017. 6. 6.

데즈먼드 모리스《바디워칭 BODY WATCHING》

이규범 옮김, 범양사출판부 1997

 

 

 

 

 

 

 

 

1

 

극심한 피로, 쏟아지는 졸음을 가장(!)하며 남성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고 있는 여성을 보셨겠지요.

일요일 오후, 교외에서 들어오는 전철 안에서는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모습이죠.

직접 연출도 해 보셨습니까? ^^

오히려 불편하진 않습니까?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데즈먼드 모리스가 떠오릅니다. 동물학을 하다가 문화인류학으로 전공을 바꾼 학자라고 했지 싶은데 그래서인지 '아름다운 인간들'이 연출하는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우리 인간들의 저런 모습이 동물들의 그런 모습과 유사한 것일까?' 싶고, 그런 동물들이 우리 '인간들'을 보면 또다른 어떤 동물의 행태를 떠올리며 고소를 금치 못하기도 할까 싶어집니다.

'인간들이란…… 참 우스운 것들이란 말이야.'

 

 

2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그 행동에 대해 찾아보았습니다. '머리 갸우뚱하기'에 들어 있었습니다.

 

21. 머리 갸우뚱하기(Head Cock). 목이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이고 그 자세를 유지한다. 가까운 거리에서 상대방을 마주할 때 이 동작이 일어난다. 이 몸짓은 어린이가 부모의 몸에 머리를 기대는 어린 시절의 위안 접촉(comfort contact)에 그 유래가 있다. 어떤 성인(대체로 여성)이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이면, 그것은 그때로서는 상상에 지나지 않는 보호자에 기대는 몸짓과도 같다. 이 '어린 아기(little child)' 동작은 몸짓을 하는 성인의 육체가 보내는 성숙한 성 신호와 모순되어 머리 갸우뚱하기에 수줍음의 요소를 준다. 만약 사랑 놀이의 일부로 사용한다면, 이 머리 갸우뚱하기는 위장된 천진성이나 요염한 자태를 불러일으킨다. 그 메시지는 "나는 당신의 손에 맡겨진 아기에 지나지 않구, 이처럼 당신의 어깨에 머리를 쉬고 싶어요"라고 말하고 있다. 가령 순종적인 자세의 표현으로 쓰인다면, 그 몸짓은 "나는 당신 앞에서는 아기와 같구요, 내 머리를 부모의 몸에 기대었던 시절과 같이 지금 당신에게 의지하구 있어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몸짓은 은근한 신호일 뿐. 이 점을 강력히 제시하기보다는 암시를 주고 있을 따름이다. 이처럼 순종적인 형태에 있어서는 머리 갸우뚱하기가 구식 가게의 점원들과 고객들에게 우월감을 갖게 하려는 아첨형 웨이터들 사이에 인기가 있다.(142)

 

 

3

 

그 여성이 데즈먼드 모리스의 이 설명을 읽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합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까?

쑥스러워져서 그만두게 될까? ……

어쩌면 더 효과적으로, 더 요염하게, 더 치밀하게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나라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이 책을 보았다고 해서 그렇게 하는 여성을 가소롭게 보진 않습니다. 어쩌면 여성들의 그런 행태에 대한 관심이 더 깊어졌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매력을 뒤로 하고 이처럼 늙어가는 것만 섭섭할 뿐입니다.

 

 

4

 

하필이면 '머리 갸우뚱하기'를 이야기해서 그렇지, 이 책에는 이런(더러 '짖꿎은' '미소를 짓게 하는' …… '이것 봐라! 나는 왜 이런 것에 무관심했지?' 혹은 '나도 당장 써먹어 봐야지' 싶은) 이야기들이 수두룩합니다.

 

이 책의 차례는 다음과 같고, '머리 갸우뚱하기'는 '겨우' 〈목〉에 관한 22가지 이야기 중 한 가지에 지나지 않습니다.

 

바디워칭, 머리털, 이마, 눈, 코, 귀, 뺨, 입, 수염, 목, 어깨, 팔, 손, 가슴, 등, 배, 엉덩이, 궁둥이, 성기, 다리, 발, 참고문헌, 찾아보기

 

인터넷에서 검색해 봤더니 1986년 초판본은 30,000원이나 주어야 살 수 있다는데, 이런! 내가 가진 것은 안타깝게도 11년 뒤에 나온 초판 14쇄(1997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