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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by 답설재 2017. 5. 7.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유영미 옮김, 갈라파고스 2010

 

 

 

 

 

 

 

 

 

뼈만 앙상한 아이가 엄마 품에 안겨 있습니다. 입, 코, 눈으로 파리가 날아드는데 그것들을 떨칠 기력이 보이지 않습니다.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설명을 들으면서도 피부색 때문인지 '본래 저러니까…' 싶습니다. 도무지 애처럽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무책임한 정서입니다.

 

그러니까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먹여 살릴 만한 식량은 충분히 있다는 건가요?

 

그뿐 아니란다지구는 현재보다 두 배나 많은 인구도 먹여 살릴 수 있어오늘날 세계 인구는 60억 정도(세계 인구는 2006년을 기점으로 65억 명을 넘어섰다되지하지만 1984년 FAO의 평가에 따르면당시 농업 생산력을 기준으로 계산하여 지구는 120억의 인구를 거뜬히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거였어먹여 살린다는 의미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하루 2,400~2,700칼로리 정도의 먹을거리를 공급할 수 있다는 얘기지.(37)

 

자연재해, 정치부패, 시장가격 조작 등 살인적이고 불합리한 세계경제질서, 전쟁…… 넘쳐나는 식량을 두고도 수많은 사람들이 기아에 허덕이는 이유들을 설명합니다.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아시아, 북한의 굶주림의 실상을 전합니다.

책이나 교과서, 신문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내용들도 들어 있습니다. 가령, 서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쪽에 자리 잡은 부르키나파소의 사례는 아무리 가난한 나라라도 스스로 기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토마스 상카라의 개혁을 통해 보여주었지만 그의 최후에 관한 이야기는 가슴 아픈 것이었습니다.

 

상카라의 최후는 어땠나요?

 

토마스 상카라의 죽음은 살바도르 아옌데의 죽음과 비슷해. 외국세력의 조종을 받은 자국 군부에 의해 살해된 것이니까.*

상카라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던 모양이야. 1987년 9월 어느 날 밤에 아빠는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에서 상카라를 우연히 만났어. 상카라는 나라 일로 그곳에 가 있었고, 아빠는 아프리카의 여러 지역을 방문하던 중이었지. 아빠는 그의 숙소인 호텔에서 그와 마주앉아 20년 전 볼리비아의 산중에서 살해된 체 게바라(1928~1967, 쿠바의 혁명지도자. 1967년 볼리비아에서 게릴라 활동 중 정부군에 의해 살해되었음)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했어. 상카라는 "살해될 당시 그는 몇 살이었을까요?" 하고 물었고, 아빠는 "39세 8개월"이라고 대답했어. 그러자 생각에 잠겨 있던 상카라는 "나도 그 나이까지 살 수 있을까요?" 라고 하더구나. 만일 살아 있었더라면 상카라는 살해된 해 12월에 38세 생일을 맞이했을 텐데 말이야.

상카라의 죽음과 함께 사람들의 커다란 희망도 깨졌지. 콩파오레 치하의 부르기나파소는 다시 보통의 아프리카로 돌아가고 말았어. 만연한 부패, 외국에 대한 극단적인 의존, 북부 지방의 만성적인 기아, 신식민주의적 수탈과 멸시, 방만한 국가재정, 기생적인 관료들, 그리고 절망하는 농민들……(150~151)

 

장 지글러(유엔 식량특별조사관)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기아의 진실' 중에는 불편한 것들이 있습니다.

가령 이런 것입니다.**

 

장 자크 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약자와 강자 사이에서는 자유가 억압이며 법이 해방이다"라고 썼다. 시장의 완전한 자유는 억압과 착취와 죽음을 의미한다. 법칙은 사회정의를 보장한다. 세계시장은 규범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이것은 민중의 집단적인 의지를 통해 마련되어야 한다.

경제의 유일한 견인차는 이윤지상주의라는 입장, 신의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두면 유토피아가 도래할 것이라는 허구에 대항하여 싸우는 것이 이 시대의 급박한 과제다.(169)

 

기억해둘 만한 사례들도 있습니다. 장 지글러는 지구상에는 굶주리는 사람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발하면서 "기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국이 자급자족경제를 스스로의 힘으로 이룩하는 것 외에는 진정한 출구가 없다"(152)고 했습니다.

 

단조로운 문답 형식이나 문장의 구조가 쉽게 보여서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어느 중학생에게 선물한 적이 있는 책입니다. 2010년판(1판 27쇄)을 구하여 읽고, 나는 또 다른 불편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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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정권들은 하나같이 프랑스의 꼭두각시였어. 프랑스 본국 정부의 일부 세력은 상카라의 개혁을 반기지 않았지. 예언자는 살해되어야 했어. 상카라는 결국 자신의 동지이자 참모였던 콩파오레에 의해 살해되었지. 콩파오레는 현재 부르기나파소의 대통령이란다.(150쪽)

** '에필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