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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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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 교육의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이유

by 답설재 2017. 5. 24.

                                                                                                                            2017.4.29. 마포

 

 

 

국가 교육을 반대하는 논리는 국가가 직접 교육을 담당하는 경우에는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국가가 시행하는 의무 교육에 대해서는 반대할 수 없다. 이 둘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만일 국가가 국민 교육의 전부 또는 상당한 부분을 직접 담당한다면 나는 그 누구 못지 않게 반대할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성격의 개별성1, 의견과 행동 양식의 다양함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해왔다. 교육의 다양성도 그에 못지않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국가가 나서서 교육을 일괄 통제하는 것은 사람들을 똑같은 하나의 틀에 맞추어 길러내려는 방편에 불과하다. 국가가 교육을 통해 효과적으로, 그리고 성공적으로 사람들을 그 틀 속으로 집어넣으면 넣을수록 국가 최고 권력자(왕이든 성직자든 귀족이든, 또는 기존 세대의 다수파이든)들의 기쁨도 커진다. 그 결과 권력이 사람들의 정신을 장악하고 그 자연스러운 귀결로써 육체까지 지배하게 된다. 국가가 운영하고 통제하는 교육이 꼭 있어야 한다면, 그것은 시범적으로 그리고 다른 교육 방식이 일정 수준에 오르도록 자극을 줄 목적에서 여러 경쟁적인 교육 체계 가운데 하나로서 시도되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한다.

 

                    ―존 스튜어트 밀(1859) 『자유론』(서병훈 옮김, 책세상, 2015, 196~197)에서.

 

 

각자의 고유한 개성이 아니라 전통이나 다른 사람들이 행하는 관습에 따라 행동하게 되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자 개인과 사회의 발전에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 개별성을 잃게 된다.(110~111)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늘날 인간의 삶의 모습에 만족하기 때문에(그들 자신이 바로 그런 삶의 주인공이라 그렇다) 왜 다른 모든 사람들이 자기와 똑같이 살면 안 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더 심각한 사실은 도덕과 사회 문제를 개혁하고자 하는 이들 다수가 자발성을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의 일부로서 간주하는 것은 고사하고, 인류에게 꼭 필요한 것을 성취하는 데 도움이 되기보다 오히려 고약하게 방해하기까지 하는 경계의 대상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지혜의 화신으로,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이름이 드높은 훔볼트Wilhelm von Humboldt가 한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말에 대해 독일 바깥에서는 그 뜻을 아는 사람조차 드물다. "인간은 막연하고 덧없는 욕망이 아니라 영원하고 변함없는 이성에 따라 살아야 한다. 그 이성은 우리에게 각자의 능력powers을 완전하고 전체적으로 일관되게 최대한, 그리고 가장 조화 있게 발전시킬 것을 명령한다." 그러므로 그는 "각자의 개별성에 맞게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모든 사람이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특히 다른 사람을 이끌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그 목적을 향해 언제나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훔볼트는 이를 위해서 "자유 및 상황의 다양성"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필수적으로 충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두 가지가 결합하여 '개별적 활력과 고도의 다양성'이 생기는데, 이들이 곧 '독창성'의 바탕이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훔볼트가 한 말을 낯설어한다. 그가 개별성에 그토록 큰 가치를 부여한 것이 놀랍기까지 한 모양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개별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안다. 문제는 개별성에 어느 정도 가치를 부여할 것인가이다. 어느 누구도 자신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다른 사람을 따라하기만 하면 좋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111~112)

 

인간은 본성상 모형대로 찍어내고 그것이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기계가 아니다. 그보다는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내면의 힘에 따라 온 사방으로 스스로 자라고 발전하려 하는 나무와 같은 존재이다.3

사람들이 각자 나름대로 관점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며, 전해 내려오는 관습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거나 때로 그것을 비판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맹목적으로 그리고 단순히 기계적으로 추종하는 것보다 더 낫다는 사실을 대개는 인정할 것이다.(115)

 

인간은 개인에 따라 서로 다른 것을 획일적으로 묶어두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권리와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전제아래 잘 가꾸고 발전시킴으로써 더욱 고귀하고 아름다운 존재가 될 수 있다.(121)

 

개별성을 짓밟는 체제는 그 이름이 무엇이든, 그리고 그것이 신의 뜻을 따른다거나 인간이 만든 율법을 집행한다거나 하는 등 어떤 명분을 내세우든, 최악의 독재 체제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개별성이 발전development과 같은 것이고, 오직 개별성을 잘 키워야만 인간이 높은 수준의 발전에 이르게 되거나 또는 이를 수 있다고 강조했으니, 이제 이쯤에서 내가 주장하는 바를 정리할까 한다. (……) (122)

 

 

부끄럽습니다.

'개별성'이 아니면 교육도 다 필요없는 일이라고 생각한 건 결코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 개별성은 개별학습으로만 가능하다고 믿고 있었던 건 아무래도 지나친 생각이었습니다. 가령, 일방적 강의(예: MOOC)라 하더라도 학습자에게 선택권만 준다면 그건 개별학습이 가능한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육은 간단하지 않다는 걸 실감하며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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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아래의 글 참조.
2.개정 1판 14쇄(2005 초판).
3.Human nature is not a machine to be built after model, and set to do exactly the work prescribed for it, but a tree, which requires to grow and develop itself on all sides, according to the tendency of the inward forces which make it a living thing.(247쪽 후주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