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 과학
《링크 LINKED》The New Science of Networks
A. L. 바라바시 지음, 강병남 김기훈 옮김
동아시아 2002
1
우리 지구는 점차 수십억 개의 서로 연결된 프로세서 및 센서들로 구성된 단일의 거대 컴퓨터로 진화해 가고 있는 것이다. (…) 그 거대 컴퓨터가 언제쯤 자기인식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인가를 인류는 한 번쯤 심각하게 고려할 단계에 이른 것이다. 인간 두뇌에 비해 엄청나게 더 많은 명령을 훨씬 더 신속하게 처리하는 생각하는 기계가, 수십억 개의 서로 연결된 컴퓨터들로부터 갑자기 출현하는 때는 과연 언제가 될 것인가?(263)
(……) 전략적이고 최적화된 나뭇가지 구조보다 순응적이고 유동적인 거미줄 구조, 즉 역동적이고 진화된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수동적인 기업은 자연히 도태되고, 주변으로 밀려나게 된다.(327~328)
구글(Google)―야후(Yahoo!) 검색서비스에 채택되어 세계 제1의 검색엔진으로 인정받고 있는―은 사회 네트워크 분석에서 나온 '네트워크 중심도'라는 무기 하나로 검색엔진계를 제패했다.(420)*
이 책을 읽으며 밑줄을 그어 놓은 부분들인데 이제 당시의 감흥을 실감할 수가 없다.
2
왜 그럴까?
아마도 위의 이야기에 앞서 기초적인 내용이 더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여섯 단계 분리 법칙**은 놀랍게도, 우리 사회의 엄청난 규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간을 연결하는 링크를 따라가면 쉽게 그 안을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즉, 60억 노드들로 이뤄진 네트워크에서 임의의 한 쌍의 노드를 선택했을 때, 그들 간의 거리는 평균적으로 6단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56)
미국 대통령과 나, 정명훈이나 김구라와 나…… 내가 그런 노드와 연결되는 경로가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것이지만, 그 이전에 이 법칙은 한 사람당 하나 이상의 사회적 링크만 있으면 얼마든지 증명된다는 이야기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또, 함께 소개된 좁은 세상(small world)이라는 단어(57), 이 법칙이 정말인지 아닌지 체험해 볼 수 있는 방법(54, '본 연구에 참여하는 방법')은 '여섯 단계 분리 법칙'을 강렬한 인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보조제였다.
3
여섯 단계 분리 법칙!
나는 그 법칙으로 우리 인간들이 화해와 평화, 사랑, 신뢰, 우정의 길을 걷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하면서 이 책을 읽고 있는 그해 겨울날들이 왠지 훈훈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러니까 그 며칠간은, 이 나라의 지도자들, 재벌들, 출중한 인물들, 그리고 그동안 나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겨우 여섯 단계, 그러니까 때로는 두어 단계만 거치면 "아, "파란편지"라는 닉네임을 쓰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란 말이지?" 하게 될 순간을 떠올리면서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니 겨울이 겨울답지 않게 느껴질 것은 당연하였다.
긴 이야기를 할 것까지는 없을 것이다. 때로는 '좁은 세상'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나는, 쑥스럽게도, 2002년 겨울, 그때보다 '정서적으로는' 더 고독한 느낌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른 이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4
'우스개'에 진담 하나를 덧붙이게 되었다. C일보 경제면 톱기사 제목이 눈에 띄었다.
"개인 정보에 막혀서… 한국은 '빅데이터 낙오자'"***
C일보 경제면 톱기사의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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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자 후기 '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 중에서.
** '여섯 단계 분리(six degrrees of separation)'는 그로부터 약 30년이 지난 1967년에 하버드대학 교수였던 스탠리 밀그램(Staley Milgram)에 의해서 재발견되었다.(52)
*** 조선일보, 2017.7.4.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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