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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人間失格》

by 답설재 2017. 8. 21.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人間失格

 허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6

 

 

 

 

 

 

 

1

 

술과 여자, 마약에 탐닉한 자기 파괴자의 수기(手記).

 

수기 앞에 그 남자 오바 요조의 사진을 본 소감이 실려 있다. 아잇적 사진을 보고는 '정말 기분 나쁜 아이로군.' 했고 학생 때의 모습에 대해서는 "피의 무게라고나 할까 생명의 은근함이라고나 할까 그러한 충실감은 전혀 없고, 그야말로 새처럼 아니 깃털처럼 가볍게 백지장처럼 웃고 있었다."고 했고, 세 번째 사진에 대해서도 "나머지 한 장의 사진이 가장 기괴하였다."고 했다.(10~13)

 

 

2

 

저는 어릴 때부터 가족들에 대하여조차 그들이 얼마나 괴로워하며 또한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채, 단지 두려움과 어색함을 견디지 못하여 이미 능숙한 익살꾼이 되어 있었습니다. 즉 저는 어느 틈엔가 한마디도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는 아이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21)

 

한결같이 기이한 느낌이었다는 사진 얘기 때문에 '이게 아닐텐데?' '잡놈 얘기가 쏟아져 나와야 하는데?' 싶어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저는 사실 혼자서는 전차를 타면 차장이 두려웠고 가부키 극장에 들어가고 싶어도 그 정면 현관의 붉은 카펫이 깔려 있는 계단 양쪽에 늘어선 안내양들이 두려웠고, 레스토랑에 들어가면 제 뒤에 말없이 서서 빈 접시를 기다리는 웨이터가 두려웠고, 특히 계산을 할 때 아아, 어설픈 제 손놀림, 저는 물건을 사고 돈을 지불할 때에는 구두쇠라서가 아니라 격심한 긴장과 부끄러움과 불안과 공포 때문에 눈이 빙빙 돌고 눈앞이 캄캄해지며 거의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되어, 값을 깎기는커녕 잔돈을 잊을 뿐만 아니라 산 물건을 잊고 오는 일까지 자주 있을 정도로 정말이지 혼자서는 도쿄의 거리를 걷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하루 종일 집에서 빈둥거리는 적도 있는 실정이었습니다.(54)

 

 

3

 

"그 사람의 아버님이 나빠요."

마담이 무심코 그렇게 말했다.

"제가 알고 있는 요조는 정말로 순수하고 배려심이 있어서, 술만 마시지 않았더라면, 아니 마셨다 하더라도…… 하느님같이 착한 젊은이였어요."(165~166)

 

오바 요조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져간 순수한 젊은이였다.

 

 

4

 

지금 저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단지, 모든 것은 지나갈 뿐입니다.

제가 이제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이른바 '인간'의 세계에 있어서 단 하나 진리라고 생각된 것은, 그것뿐이었습니다.

단지, 모든 것은 지나갈 뿐입니다.

저는 금년에 스물일곱이 됩니다. 흰머리가 눈에 띄게 많아졌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흔 이상으로 봅니다.(160)

 

수기의 마지막 부분이다. 모든 것은 지나갈 뿐? 그렇다면 좋은 것이다.

 

그는 수기의 여러 곳에서 자신의 일들에 대해 희극(喜劇)이라고도 했다. 희극? 그렇게 말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일들이 희극이 아니고 이렇게들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의 일들을 희극이라고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희극이라고 하면서 우리를 격려하고 위로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5

 

다자이 오사무

 

1909년 아오모리 현 쓰가루 군 대지주 가문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문학에 관심이 있어 1930년 도쿄제국대학 불문과에 입학하였으나, 그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수준 높은 대학 강의에 흥미를 잃었고, 좌익 운동에 심취하는 등의 이유로 중퇴했다. (…) 술·담배·여자에 빠져 방탕하게 살기도 했고, 약물 중독에 빠지기도 했다. 네 번의 자살시도 끝에 결국 1948년 다마 강에서 애인 야마자키 도미에와 동반 자살하여 생을 마감했다.

다자이 오사무 문학의 중심 소재인 '죄의식' '익살' '파멸'은 작가 자신의 삶 속에서(…) (지은이 프로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