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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라게를뢰프 《닐스의 신기한 모험》

by 답설재 2017. 8. 11.

라게를뢰프 글 / 장양선 그림

《닐스의 신기한 모험》

중앙출판사 2004(1판5쇄)

 

 

 

 

 

 

어느 논문에서1 재미있는 이야기를 발견했다.

 

초기 교과서에서 볼 수 있었던 '교육과정으로서의 책(book as curriculum)'은 완전히 변환되어 '교육과정을 위한 책(book for curriculum)'으로 그 형태를 달리하게 된다. 다시 말해, 책이 곧 교과이자 교육과정이었던 상태에서 벗어나 교육과정으로 인하여 책(교과서)이 만들어지는 상태로 그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1906년 스웨덴에서 Lagerlӧef에 의해 쓰인 「닐스의 신기한 모험(The wonderful adventures of Nils)」이다. 「닐스의 신기한 모험」을 떠올리면 닐스의 모험을 상상하며 읽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듯, 이 책은 어렸을 적 누구나 한번쯤을 읽어봤을 아동문학책이자 동화책이다. 그러나 사실 이 책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과서이기도 하다. 1901년 스웨덴초등학교교사연합은 초등학교에서 사용하기 위한 책을 발간하기 위해 유명작가인 Lagerlӧef에게 스웨덴과 스웨덴 사람들을 묘사한 이야기, 전설, 시 등이 담긴 텍스트 모음집과 같은 읽기 책을 개발해달라고 의뢰했다. Lagerlӧef는 작가이면서 초등교사였기 때문에 이 일을 수락하였고, 단순한 읽기 책보다 더 진보적이고 통합적인 책을 만들길 원했다. 그 결과 「닐스의 신기한 모험」이 탄생하였고, 이 책에서 Lagerlӧef는 닐스의 변화된 삶을 통해 선한 삶을, 또한 닐스의 모험을 통해 스웨덴의 지리와 사회, 산업과 역사를 담음으로써 어린이들로 하여금 선함과 스웨덴 전반에 걸쳐 알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 책은 초등학교에서 교과서로 쓰임과 동시에 문학책으로도 성공하게 되었다(Axell, Hallstrӧlm, 2011).

이처럼 「닐스의 신기한 모험」과 같은 교과서의 등장은 학교교육의 내용을 기반으로 한 책을 출현시켰고, 책과 교과서의 경계는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무너지게 되었다. 즉 교과서가 개발되지 않아 위대한 책이 교과서였던 시절에는 책을 곧 교과서라 여겼기 때문에 그 경계가 없었다면, 이제는 교과서가 교과에 터한 교재라는 모습에서 벗어나 더 새로운 방식의 접근을 위해 책의 형태를 취하게 되면서 책과 교과서의 경계가 모호해진 것이다.2

 

 

 

                       이 책 15쪽 그림

 

 

저 글을 읽어서인지, "교과서"라면 딱딱하고 무거운 느낌의 책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인지 『닐스의 신기한 모험』이 중·고서점 아동물 코너에 꽂혀 있는 당연한 사실조차 어딘지 어색한 느낌이었다.

역시 초등학교 아이들이라면 거의 다 읽었을 책이었다.

 

닐스의 신기한 모험.

개구쟁이 소년 닐스가 흰 거위 모르텐과 기러기 아카 일행과 함께 갖가지 모험을 하고 돌아와 착한 마음씨와 슬기로운 지혜, 훌륭한 용기를 갖게 되어 꼬마 요정의 요술에서 풀려나는 이야기!

스웨덴의 역사·지리·전설·아름다운 자연과 풍속을 맛보세요.

 

썩 잘 간추린 건 아니지만 뒷표지에는 그렇게 소개되어 있었다.

 

 

                                이 책 216쪽 그림

 

 

고약한 습성일까?

아이들이라면 닐스의 저 '신기한 여행', 그 '신기한 모험'에 빠져서 읽었을 텐데, 이 책을 읽는 내내 '어디가 교과서적이지?' 하며 기웃거리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교과서의 구실을 했지?'

'시험문제는 어떻게 출제했지?'…….

 

#1

숲과 들에 사는 작은 새들이 기쁨에 넘쳐 부르는 노래 소리가 하늘로 울려 퍼져, 닐스도 듣게 되었습니다.

 

            봄비가 소리 없이 내려요.
            산에 들에 꽃이 피고, 잎이 나고,
            벌레들이 모여들겠지요.
            부드러운 봄비가 땅을 적셔요.(91~92)

 

#2

아카 일행은 카를스크로나 섬에 이르러, 아늑하고 안전한 잠자리를 이리저리 찾아다녔습니다.

커다란 도시로 이루어진 섬에, 큰 배를 만드는 조선소와 항구가 있었습니다. 해안에는 크고 작은 군함과 증기선, 보트, 돛단배가 아름답게 수놓아져 있었습니다.(107)

 

#3

닐스는 크게 소리치며 감탄했습니다.

"야, 정말 아름다운 도시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지?"

그러자 옆에서 날아가던 둔핀이 말했습니다.

"물 위의 도시, 스톡홀름이야."

"와, 이름이 정말 멋지다. 정말 아름다운 도시예요."

닐스는 다시 한 번 감탄했습니다.

"이 도시도 처음에는 아주 조그맣고 쓸쓸했어."

둔핀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닐스에게 들려주었습니다.

아주 오랜 옛날, 멜라렌 호수의 물이 동쪽 발트해로 흘러들어가는 어귀에 사람이 살지 않는 네 개의 섬이 있었습니다.

어느 여름 밥, 한 어부가 그 중의 한 섬에서 달이 뜨기를 기다리며 풀밭에 누웠다가 깜박 잠이 들었습니다.

한참을 자고 일어난 어부는 두둥실 떠오른 달을 보고 허둥지둥 돌아갈 준비를 했습니다. 그 때, 바다표범들이 헤엄쳐 왔습니다.

"옳지, 저걸 잡아 가지고 집으로 가야겠구나!"

어부는 얼른 배에서 작살을 가져왔습니다. 그 순간, 바다표범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푸른 옷을 곱게 입고 진주관을 쓴 물의 요정들이 바닷가로 올라오더니, 풀밭으로 가서 아름답게 춤을 추었습니다.

어부는 슬그머니 바닷가로 가서 바다표범 가죽을 한 장 가져와 바위 밑에 숨겨 놓고는, 배 안에 들어가 잠을 자는 척 누워 있었습니다. 물의 요정들은 즐겁게 춤을 추고 나서 바닷가로 돌아와 바다표범 가죽을 입었습니다.

그 때, 물의 요정 한 명이 울상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아, 내 바다표범 가죽이 보이지 않으니 어쩌면 좋아?"

"없어질 리가 있나? 잘 찾아봐."

"그래, 우리 다 함께 찾아보자."

그러는 사이에 하늘이 훤히 발가 왔습니다.

"안 되겠어. 저녁에 다시 올 테니, 그 동안 숨어 있어."

물의 요정들은 급히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바다표범 가죽을 잃어버린 요정 혼자 바닷가에 앉아 슬피 울고 있는데, 어부가 다가왔습니다. 요정은 깜짝 놀라 물었습니다.

"아니, 당신은 누구세요?"

"나는 어부예요. 하도 슬피 울고 있기에 와 봤어요."

"전 물의 요정인데, 혹시 바다표범 가죽을 못 보셨나요?"

물의 요정이 다시 묻자, 어부는 시치미를 떼었습니다.

"아니, 바다표범 가죽이라니요?"

물의 요정이 다시 슬피 울자, 어부가 말했습니다.

"우리 집으로 갑시다. 어머니가 잘 보살펴 주실 테니."

물의 요정은 어부를 따라간 후, 차차 정이 들고, 바다표범 가죽을 찾지도 못해 그와 결혼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결혼식날 어부는 너무 기쁜 나머지, 그만 바다표범 가죽 이야기를 하고 말았습니다.

"아니, 그게 정말이에요?"

"그래요.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그럼, 바다표범 가죽을 보여 주세요. 만일 사실이라면 그 가죽을 당신을 만난 기념으로 제가 보관할게요."

"그게 좋겠군."

어부는 섬 안에 있는 예식장으로 가던 도중, 감춰 놓았던 바다표범 가죽을 가져왔습니다. 순간, 물의 요정은 그것을 홱 낚아채더니, 얼른 뒤집어쓰고는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그 동안 보살펴 주셔서 고마웠어요."

어부는 신부가 달아나지 못하게, 배 안에 있던 작살을 던졌습니다. 물의 요정은 비명을 지르며 물 속으로 가라앉았습니다. 그 후로, 바다는 수면이 아름다워지면서 신비한 힘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임금님이 그 곳에 나왔다가 경치에 반해 큰 성을 쌓게 하고, 네 개의 섬을 연결하는 다리를 만들게 했습니다. 그리하여 훌륭하고 멋진 바다의 성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로써 스톡홀름이 탄생된 것이지요.(183~188)

 

'지금 이 동화를 교과서삼아 가르치고 배우면 어떨까?'

'아이들은 어느 쪽을 더 좋아할까?'

'지금의 교과서가 이 책보다 나은 점은 어떤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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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세영「교과서의 대안적 모습 탐색」(한국통합교육과정학회,『통합교육과정연구 Journal of Curriculum Integration』2017, 제11권 1호).
  2. 123~124쪽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