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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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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수업』⑵ 편지쓰기(발췌)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데이비드 케슬러 『상실 수업』 김소향 옮김, 인빅투스, 2014 때로는 과거를 우리 입맛에 맞게 만들어 그것을 정화하려고 한다. 우리의 실수가 밖으로 퍼져나가기를 원치 않으며 특히 누군가를 잃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이런 작업을 거치다 보면 그 사람의 전부 그리고 장단점, 밝고 어두운 면 모두 포함한 그대로의 모습을 애도할 기회를 놓쳐버릴지도 모른다.(150) 슬픔은 밖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고통과 슬픔은 오직 표현할 때만이 충분히 실감할 수 있다. 사랑한 이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실천하기 편하며, 단어를 밖으로 꺼내어 언제든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는 수단이다. 의사소통을 상실해버린 고인이 된 그 사람에게 무슨 말을 써야 하며 심지어 왜 편지를 써야 하는가? 기억나는 만큼 멀리 과거.. 2022. 2. 10.
응원 '임시보관함'에 이 메일을 넣어둔 것이 어언 10여 년 전의 일이 되었습니다(2010.11.6). 세월은 흘러갑니다. 목숨이 경각에 달려서 가고 오던 그때가 그래도 지금보다는 더 좋았습니다. 선생님, 지금 현재 우리 학교에 평가단이 와서 심층취재를 하고 있어요. 좀 전까지 교사 면담 호출 때문에 대기 중이다가 이제야 다른 파트로 넘어간 것 같아서 한숨 돌리고 메일 씁니다. 평가일자 잡히고, 학교가 마치 감옥처럼 사람 숨통을 죄고, 괴롭히고… 슬펐어요. 하지만 그것도 오늘, 이제 한 시간쯤만 참으면 땡~~이예요. 근근이 이렇게 살아가는 저도 있지만, 명절 앞두고 수술하셨다는 선생님의 문자 받고는 잠시 동안 눈을 감고 있었어요. 마음이 아파서인지, 슬퍼서인지, 놀라서인지, 심란해서인지… 도무지 알 수 없지만.. 2021. 4. 28.
옛날의 별들 Kepler Watches Stellar Dancers in the Pleiades Cluster. Aug. 13, 2016(NASA) Perseid Meteor Shower 2016 from West Virginia. Aug. 12, 2016(NASA) ◈ 나의 세상은 아직 까마득하던 시절, 세상은 절대적으로 평화롭고 합리적인 곳이어서 무기를 들이대는 엉터리 집단은 곧 사라질 수밖에 없고, 남을 괴롭히면서까지 돈을 밝히는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그릇됨을 깨닫게 되거나 곧 무거운 벌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던 시절, 그 여름밤, 마당 한가운데에 깔아놓은 멍석에 누워 올려다보던 그 '옛날의 별들'이 그리워집니다. NASA의 재주가 아무리 좋다 해도 그 시절의 그 밤하늘을 보여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 신비로.. 2016. 8. 16.
위로 Ⅰ 9호선 신논현역의 교보문고에 갈 때는 이 그림 앞을 지나갑니다. 아주 많은, 갖가지 모습을 보여주는 여러 사람들 중의 두 사람들입니다. 이 그림을 볼 때마다 어렴풋이 '늦었지만 나도 이제는 남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어야 할 텐데……' 했습니다. 그러다가 그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이게 뭔 소리야? 그럼, 겨우 몇 푼 기부하던 건? 대놓고 파렴치하게 살겠다는 거야?" 그런 비난이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유치한 얘기지만, 매달 자동이체로 나가는 돈은 그대로 결제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것에도 남을 돕는다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건지 의문입니다. 그러니까 겉으로는 아무런 차이가 드러나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표가 난들 얼마나 나겠습니까? 누구를 태우고 자시고 할 형편도 아닌 고물 자동차 한 대뿐인데…….. 2015. 2. 21.
김추인「삶의 가운데」 삶의 가운데 김추인 그런 날이 있다 사는 날이 다 별 것도 아닌데 그렇게 추운 때가 있다 신발의 흙을 떤다든가 발을 한 번 굴러 본다든가 하는 일이 다 헛일만 같아지고 내가 하얀 백지로 사위어 몇 번인지 왔을 언덕을 또 떠나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두고 온 이승처럼 돌아보는 때가 있다 살아서도 죽은 것만 같은 그렇게 사무치도록 외진 혼자인 때가 있다 교대역 스크린도어에서 봤습니다. 인터넷에서 뒤져봤더니 맞춤법이나 줄바꿈이 제각각이어서, 이렇게 옮겨놓는 것조차 실례가 아닐지 걱정스럽습니다. 시인이나 음악가, 화가 같은 사람들이 앞에 있다면 그렇게 하기가 난처하겠지만, 편안하게 얘기해도 좋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들은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니까 좀 잘난 척해도 된다." "그러나 .. 2011. 6. 1.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下)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 이한음 옮김, 김영사 2007 마지막 부분입니다. 지난번에 쓴 것처럼 다음번에는 『도킨스의 망상』 같은 책도 소개하려고 합니다. 하텅은 “너희는 살인하지 말라”가 결코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의미로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것은 유대인을 죽이지 말라는 아주 구체적인 의미였다. 그리고 ‘네 이웃’과 관련된 모든 계명들은 똑같이 배타적이다.(385) 유대교라는 요소를 고려 사항에서 제외시키자, 대다수 아이들은 현대인의 다수가 지닌 도덕적 판단과 일치하는 의견을 냈다. 여호수아의 행동은 야만적인 집단 학살 행위였다.(389) 와츠의 찬송가는 (개혁파를 제외한) 정통파 유대인과 보수파 유대인에게 암송하도록 가르치는 일일 기도를 생각나게 .. 2010. 5. 4.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中) 리처드 도킨스, 이한음 옮김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김영사, 2007) 지난번에 소개한 부분의 뒷부분에서 메모한 내용들입니다. 지난번에 쓴 것처럼 다음번에는『도킨스의 망상』같은 책도 소개하려고 합니다. 종교가 어디에서 왔으며 왜 모든 인류 문화가 그것을 지니고 있는가에 대해 사람들은 나름대로 이론을 갖고 있다. 종교는 위안과 평안을 제공한다. 집단에 연대감을 부여한다. 왜 우리가 존재하는가를 이해하고 싶다는 우리의 열망을 충족시킨다. …(중략)… 종교는 너무 낭비적이고 너무 사치스럽다. 그리고 다윈적인 선택은 습관적으로 낭비를 표적으로 삼아 제거한다.(248) 진화론자에게 종교 의식은 “햇빛이 드는 숲속의 빈터에 앉아 있는 공작 수컷들처럼 돋보인다.”(데니얼 데닛의 표현이다). 종교.. 2010.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