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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영혼의 여정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그다음 날 아침부터 40일에 이르는 여정을 시작한다. 그 여정이 시작되기 전날 밤, 영혼은 땀내가 밴 베게에 가만히 누워,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손을 잡아주고 눈을 감겨주는 모습을 지켜본다. 또한 문과 창문과 바닥의 틈새로 영혼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사람들이 방 안을 연기와 침묵으로 가득 채우는 모습을 바라본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영혼이 강물처럼 집 밖으로 흘러나가기라도 할 것처럼……. 사람들은 동이 틀 무렵 영혼이 자기들을 떠나 과거에 머물렀던 곳, 즉 젊었을 때의 학교와 기숙사, 군대 막사와 주택, 허물어졌다가 다시 지어진 집들, 그리고 사랑과 회한, 힘들었던 일들과 행복했던 일들, 희망과 희열로 가득했던 일들, 다른 사람들에게는 의미 없는 소중한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2012. 6. 25.
영혼과 영원
나는, 초인간적인 행복은 없다는 것과 일상의 범위를 벗어나는 영원은 없다는 것을 배운다. 이 얼마 안 되면서도 본질적인 부속물들, 이 상대적인 진실들은 나를 감동시키는 유일한 것들이다. 다른 것들, 즉, 인 진실들에 관해서는, 나는 그러한 것들을 이해할 만한 영혼을 갖고 있지 않다. 인간이 짐승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나는 천사들의 행복에서 아무런 의미도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다만 이 하늘이 나보다 더 오래 영속될 것임을 알 뿐이다. 그리고 내가 죽은 뒤에도 지속될 것 말고 그 무엇을 영원이라 부르겠는가? - 알베르 까뮈, 「알지에에서 보낸 여름」(철학 에세이) 중에서(민희식 옮김, 『시지프스의 신화』 육문사, 1993, 부록 197~198쪽). 블로그 『강변 이야기』(2012.2...
2012. 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