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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공부6

공부 몇 년새 체중이 많이 빠졌다. 피곤하다. 주위에선 책 보지 말고 쉬라고 하지만, 나는 공부를 제대로 못해서 피곤하다고 생각한다. 해서 피곤한 공부는 공부가 아니다. 고통이 되고 숙제가 되는 공부는 공부가 아니다. 시늉만 하는 공부는 공부가 아니다. 즐거운 놀이가 되고 오락이 되고, 말할 수 없이 편안한 휴식이 되는 공부가 공부다. 나를 살아나게 하고, 긴장하게 하고, 숨막히게 하는 공부가 공부다. 일전에 읽은 『스승의 옥편』(정민)에서 본 글입니다. 부럽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는 아마도 돈 다음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 중 한 가지가 공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공부해서 남 주자" "공부 좀 해라" "공부를 잘해야지"……. 공부에 관한 그런 관심을 열거하거나 설명하는 건 필요하지도 않거.. 2018. 7. 6.
정말 '공부'가 뭘까? (2017.11.20) 전국 고교(2358교) 중 야간자율학습('야자') 실시 학교는 1900개교(80.5%)! 그중 995개교는 밤 10시까지지만 11시가 넘도록 공부하는 학교도 245개교(12.9%)! 이 싸늘한 밤에도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야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렇게 말해 미안하지만 마음 든든하기보다는 그 고생이 남의 일 같지 않다는 느낌이다. 아예 1학년 때부터 실시한다는 41개교 학생들은 '자율'의 의미나 알고 참여하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붙잡아둔다"고도 표현하지만 무슨 공부를 그토록 하는가 싶고 꼭 해야 한다면 밤낮없이 한곳에 모여 앉아 있기보다 다양한 곳에서 '더 자율적으로' 공부하면 안 되는지, 어떻게 그리 획일적, 전체적인 자율을 좋아하는지 두려움마저 느끼게 된다. 또 교육학이란 결국 어떻게 가르쳐야 .. 2017. 11. 20.
사토 마나부 《배움으로부터 도주하는 아이들》 사토 마나부 佐藤 學 《배움으로부터 도주하는 아이들》 손우정·김미란 譯, 북코리아, 2012 1 사토 마나부는 이지메, 부등교, 학급붕괴, 소년범죄 등 언론이 떠들고 있는 위기는 겨우 1% 정도에 해당하는 '만들어진 위기'이고 진짜 위기는 70~80%의 아이들을 엄습하는 '배움'으로부터의 도주라고 주장한다. 또 학력저하 자체보다 그 실태에 따른 시책과 정책이 오히려 문제가 크다고 본다. 그는 공부 시간과 독서 시간 감소, 입시 과목수 축소와 '여유교육'을 내세운 '신학습지도요령'(교육내용 감축, 선택중심 교육과정, 수준별 학습지도와 소집단 지도 등)에 따른 학력 저하, 수업시간 수 축소, 단순 암기와 계산 위주에 따른 창의력, 문제해결력 경시, 교과학습 기피증, 계층 격차 확대 재생산, 니힐리즘1과 시니.. 2017. 10. 11.
이 한탄(恨歎) 1951년 가을 복학해 보니 학제 변경으로 고교 2학년으로 자동 편입되어 있었다. 미군이 학교 교사를 사용하고 있어 변두리 교회나 창고 건물 맨바닥에 앉아서 수업을 했다. 요즘엔 상상할 수 없는 학습 환경이다. 교사가 대폭 바뀌었는데 사람됨이나 학식이나 태반이 수준 미달이었다. 이듬해 봄에 학교 교사로 들어갔다. 키 순서로 좌석배치를 받았는데 전엔 앞줄이었으나 이제 중간 줄에 앉게 되었다. 부지중에 키가 큰 것이다. 대학 입시 준비하는 분위기도 생겼다. 진학 않는 고교 졸업생은 간부후보생으로 소집되어 소모 장교로 일선에 배치된다는 얘기가 돌고 있어서 모두 긴장하였던 것이다. 영어 교사가 수준 이하여서 몇몇 호사好事 학생들이 학교장에게 진정을 했다. 입시를 앞둔 시점이니 영어 교사를 바꿔달라는 요청에 영어.. 2015. 1. 19.
사이토 다카시 『내가 공부하는 이유』 사이토 다카시 『내가 공부하는 이유』 오근영 옮김, 걷는나무, 2014 또 뭘 읽었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제목이 저렇게 좋은 책을 보고 이런 말을 하는 건 도리가 아니긴 하지만, 읽으며 "처세서" "자기계발서"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만사가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필자 소개에서, "어떤 위기의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공을 키우는 법"을 알려달라는 질문을 받으면 "당장 써먹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공부 그 자체를 즐기는, '삶의 호흡이 깊어지는 공부'를 하라고 했다"는 내용을 보았습니다. "공부" 하면 학력(學歷)을 중시하는 이 나라에서는 당장 대학수학능력시험 혹은 대학입학시험이 떠오르는데 그런 공부, "당장 써먹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공부 그 자체를 .. 2014. 12. 10.
다시 공부한다면 점심때는 자주 이곳 교보문고에 다녀옵니다. 지금까지는 주민번호를 입력해주면 적립해주던 마일리지를 7월부터는 북클럽카드가 없으면 해주지 않겠다고 해서, 오늘은 그 카드를 새로 발급받으러 갔었습니다. 저는 다시 공부한다면 어떤 공부를 할까, 그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더러 합니다.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금까지는 "그거야, 교육학이지요!" 그런 대답을 했지만, 사실은 '아,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이렇게 많은데, 그 중에서 또 한 가지라니……' 하고 오래 망설여야 할 것입니다. ‘미학(美學)’도 그 중 한 가지입니다. 오늘은 그곳에 간 길에 F 26-1에서 미학에 관한 책 구경을 했습니다. 『동아시아 미학』은 600페이지나 되는 책이어서 눈에 띄었습니다. 저자 리빙하이(李炳海)는 저처럼 1946년에 태어났답.. 2010.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