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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사토 마나부 《배움으로부터 도주하는 아이들》

by 답설재 2017. 10. 11.

 사토 마나부 佐藤 學 《배움으로부터 도주하는 아이들》

 손우정·김미란 譯, 북코리아, 2012

 

 

 

 

 

 

1

 

사토 마나부는 이지메, 부등교, 학급붕괴, 소년범죄 등 언론이 떠들고 있는 위기는 겨우 1% 정도에 해당하는 '만들어진 위기'이고 진짜 위기는 70~80%의 아이들을 엄습하는 '배움'으로부터의 도주라고 주장한다. 또 학력저하 자체보다 그 실태에 따른 시책과 정책이 오히려 문제가 크다고 본다.

그는 공부 시간과 독서 시간 감소, 입시 과목수 축소와 '여유교육'을 내세운 '신학습지도요령'(교육내용 감축, 선택중심 교육과정, 수준별 학습지도와 소집단 지도 등)에 따른 학력 저하, 수업시간 수 축소, 단순 암기와 계산 위주에 따른 창의력, 문제해결력 경시, 교과학습 기피증, 계층 격차 확대 재생산, 니힐리즘1과 시니즘2의 만연 등을 지적한다.

 

 

2

 

그게 제시한 해결방안의 배경은 동아시아형 '배움의 시대'가 끝났다는 생각이다.

그는 이렇게 썼다.

'동아시아 학교들은 대량의 지식을 획일적·효율적으로 전달하고, 개인 간의 경쟁을 조직하여 확실하게 습득시키는 교육을 추진'해 왔으며 이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내걸고 대량생산을 실현하는 대공장 시스템의 학교교육'으로 '주입식 교육'과 '시험지향 교육'이 특징이었다(40~41).

그러한 공부의 세계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것에도 부딪치지 않고 스스로를 깨닫지 못하는 세계이며 쾌락보다 고통을 존중하고 비판보다는 순종을, 창조보다는 반복을 중시하는 세계', '장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세계', '그 희생의 대가를 재산이나 지위, 권력에서 찾는 세계', '사람과 사람의 끈을 끊어 버리고 경쟁을 부추겨 사람과 사람을 지배와 종속관계로 몰아가는 세계'로 '지금의 아이들은 이러한 공부 세계의 바보스러움을 잘 알고 있다.'(132~133)

그러한 공부로부터 아이들은 대량으로 도주하고 있으며 이제 두 번 다시 아이들이 공부의 세계로 되돌아가는 일은 없으므로(64) 그 아이들을 '배움의 세계'로 들어가게 해주어야 한다.

'배움'은 사물(대상세계)과의 만남과 대화를 통한 〈세계만들기〉, 타자와이 만남과 대화에 의한 〈친구만들기〉, 자기자신과의 만남과 대화에 의한 〈자기만들기〉가 삼위일체가 되어 수행되는 '의미와 관계를 엮어가는' 영속적인 과정이다(65).

아이들의 학력을 향상시키려면 창조적·탐구적인 배움의 주체로 키워야 하며 부모나 교사가 먼저 배움의 주체로 성장함으로써 배움의 고통과 즐거움을 알고 행동해야 한다.(131)

 

 

3

 

두 편("배움으로부터 도주하는 아이들", "학력을 묻는다―배움의 교육과정")의 북레터를 묶은 책이어서 반복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저자는 '학력' 즉 'achievement'를 힘으로 해석함으로써 혼란을 초래한다고 주장하고(86~87), 학력은 화폐와 마찬가지로 평가기준, 교환수단, 저축수단으로 기능한다고 설명하고 있다.(102~103) 그러나 학력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이러한 논의로써 학력이 어떤 것인지 더 분명하게 파악되지는 않았다.

일본의 교육과 교육정책 얘기는 상당 부분 우리와 겹친다는 느낌을 준다. 우리 얘기라고 생각하며 읽을 수 있는 내용이 많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학력 실태는 어떤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된다.

입시준비로, 그야말로 죽을 지경인 학생들을 두고 학력 얘기를 할 수 있는가, 천신만고로 대학에 간 학생들, 졸업해봐야 '산 넘어 산'인 학생들에게 학력을 따질 수 있을까 싶지 않다는 생각이 앞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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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무엇을 배워도 소용없다', '무엇을 배우든 인생은 어차피 변하지 않으며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34)
2.'일편단심 공부에 매달리는 일은 바보 같은 짓', '배우는 것의 의미를 모르겠다', '나는 바보라서 배워도 모른다', '어떤 내용의 지식과 문화도 나와는 상관없다', '세상이야 어찌 되었든 내가 알 바 아니다'.(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