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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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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바빌론에 다시 갔다 Babylon Revisited〉

by 답설재 2017. 10. 7.

〈바빌론에 다시 갔다〉Babylon Revisited

프란시스 스콧 피츠제럴드Francis Scott Key Fitzgerald

하창수 옮김

 

 

 

 

아버지와 아이의 대화를 옮겼다. 그렇지만 이 장면이 중심 얘기는 아니다. 그러니까 이 장면이 중요한 건 아니다.

아버지의 고뇌와 노력을 쓴 단편이었다.

긴장감 때문에 단숨에 읽었다.

 

 

(……)

아이에게 엄마가 있고, 프랑스인 유모까지 있던 때, 그는 아이를 엄하게 대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가능하면 관대하려고 애썼다. 이제 아이에게 그는 아빠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무슨 얘기든 다 할 수 있기를 바랐다.

"아빠는, 우리 아가씨에 대한 거면 뭐든 다 알고 싶어." 그가 진지하게 말했다. "먼저 아빠 소개부터 하지. 내 이름은 찰스 J. 웨일스. 프라하에서 왔어."

"아, 아빠!" 아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아가씨 소개를 해주겠어요?" 그가 계속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자, 아이도 즉각 "호노리아 웨일스, 파리 팔라틴거리에 살아요." 맞장구를 쳤다.

"결혼은 하셨나요? 아니면 미혼?"

"아뇨. 아직 결혼하지 않았어요. 미혼이죠."

그가 인형을 가리켰다. "그런데 아기가 있군요, 마담."

자신의 아기가 아니라고 말하는 대신 호노리아는 인형을 가슴에 꼭 안으며 재빨리 생각하다가 말했다. "사실은, 결혼을 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남편이 세상을 떠났거든요."

그가 얼른 받았다. "아기 이름은요?"

"시몬. 학교에서 제일 친한 친구의 이름을 붙였어요."

"우리 아가씨 학교생활 잘하고 있어서 아빠는 아주 기뻐."

"이번 달엔 3등 했어요." 아이가 자랑을 했다. "엘시는." 아이가 제 사촌 얘기를 꺼냈다. "겨우 18등. 리처드는 꼴찌."

"그래도 리처드랑 엘시가 싫은 건 아니지?"

"아, 그럼요. 전 리처드가 아주 좋아요. 엘시도 괜찮고요."

짐짓 조심스럽게 그가 물었다. "매리언 이모랑 링컨 이모부는…… 누가 더 좋아?"(68)

(……)

 

― 『現代文學』 2017년 10월호, 58~90.

 

 

 

이 장면이라도 옮겨놓은 건, 번역에 감탄하며 긴장감을 가졌던 기억을 보관하고 싶어서였다. '이게 어떤 의미인가?' 싶어서 다시 읽은 문장은 두어 개뿐이었다.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나는 제대로 읽지 못했다.

다시 읽을 기회가 있을지 모르지만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아쉬움이 얼마나 많은가……. 내 시간의 소모, 허비, 소진…….

 

 

 

 

〈다음 영화〉 포토뷰어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