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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학교는 나에게 공부할 시간을 주었다

by 답설재 2025. 3. 6.

뒷모습은 쓸쓸하기가 쉽다. 그날 저 모습은 너무나 정겨웠다.

 

 

 

 

광주중앙초등학교의 올해 입학생은 단 한 명이었다고 한다. '광주', 그것도 '중앙초등학교', 한때 전교생 수가 4,000명에 육박했었다는 학교의 118번째 입학식이었더란다.

교사 출신이어서 그런지, 나는 아이들이 왁자지껄하던 날들을 생각하면 참 허전하다.

 

우리가 남의 아이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사이, 아이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진실로 깨닫지 못해서 이 모양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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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아이가 지나가면 아무리 추워도 그 자리에 서서 저 멀리 갈 때까지 바라본다. 요즘은 보기 어려운 장면이기도 하고, 저 아이가 잘 자라서 멋진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자기 자식만 끔찍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밉다. 무책임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세상을 망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이 자신의 아이를 망치기 때문이다. 그런 세상으로 변해 가는 게 원망스럽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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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0일 금요일, 그날 오후에는 아이를 두 명이나 보았다. 아침에는 영하 14도까지 내려갔고, 병원에 가서 (검진 후 정기적으로 받는) 처방전을 받아 약을 사 온 날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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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개별적인 존재로 가르쳐야 한다.

"여러분!" 같은 건 그만두고, 먼저 똑바로 줄을 맞추어 앉게 하거나 똑바로 세우는 것도 그만두고, 서로 얼굴을 바라보고, 이름을 부르고, 그 아이 나름대로 공부하게 하고, 교사가 도와줄 일이 생기면 도와주는 공부를 하게 해주어야 한다.

 

그 아이가 커서 나중에 "학교는 나에게 공부할 시간을 준 곳이었다"라고 말하게 해야 한다.

아이들이 말하게 해야 한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건 가능한 한 그만두어야 한다. 아이들은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