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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제발 살려달라는 선생님

by 답설재 2024. 12. 14.

"시스템이 절실합니다. 교사의 손발이 다 묶여있는 것 같아요. 아이를 의자에서 일으켜 세우는 것도 교실 바깥으로 나가게 하는 것도 아동학대로 걸리는 사례를 보면서 교사는 굉장히 소극적인 대처만 할 수 있는 게 현실입니다."

 

 

『당신이 옳다』(정혜신)는 책을 읽고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발견한 글이다. 출처는 다음과 같다.

[출처] [교사를 위한, 정혜신과 함께 하는 심리적 CPR 워크숍] 게더 타운 gather town / 정혜신 박사/ 2022.10.27.~11.24| 작성자 바람길

 

※ 키워드 : cardiopulmonary resuscitation(심폐 기능 소생법)

 

 

한때 교육자였던, 교사였고 교육행정가였던 나는 저 선생님을 찾아 나서고 싶었다.

답을 가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일단 달려가고 싶었다.

가면서 생각하고, 만나서 생각하고, 그래도 답이 나오지 않으면 "살려달라"는 그 선생님과 함께 호소하면 될 것 같았다.

 

우리가 교사였을 땐 아이들이 우리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아이들이 너무 많고 다른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그 아이들을 돌볼 겨를이 거의 없었지만), 멀고 가까운 곳의 높은 사람들이 우리를 괴롭혔다.

서슬 푸른 사람들이 무슨 일을 그렇게 시켰는지, 걸핏하면 자습(교사가 아이들을 팽개쳐놓고 딴짓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개판을 침)을 시켰다.

 

세월이 흐르자 나에게 복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나도 행정을 맡게 된 것이었다.

그렇지만 복수를 하고 싶은 대상들이 모두 퇴임을 해서 사라지고 난 뒤였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교육부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나보다 계급이 낮은 행정가가 어깨에 힘을 주면 닥치는 대로, 자리를 가리지 않고 지적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나보다 계급이 낮은 행정가들이 외면하고 원망하는 행정가가 되었고, 내가 정년을 당하여 교육계를 물러나자 그들은 언제 그랬냐며 다시 으스대게 되었고, 나와 함께했던 교사들도 다시 행정에 얽매이는 그 시스템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 나는 없었던 사람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지금 권력을 가진 수많은 이들은 무엇에 매달려 있을까?

저렇게 지내는 교사도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쥐꼬리만 한 권력이라도 그걸 즐기거나 흠모·숭배하는 인간은 많다. 또 그걸 제대로 쓰지 않으니까 권력을 혐오하는 사람도 있다.

 

이제 내게는 얼른 가서 '저승사자'로 오는 길밖에 남아 있지 않다.

 

 

☞ 사진 설명 : 어느 교사가 내게 선물한 '연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