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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2021/1215

교육과 평가 방향 바꾸기(2021.12.31) 대통령 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오는데 교육을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는 별로 없다. 이젠 정책 논의가 계속되겠지 하면 또 다른 시급한 일이 생기고 해서 교육문제 논의는 언제 이루어질지 알 수도 없다. 무엇보다 장기간 수시전형이 확대되어 오다가 현 정부 들어 돌연 정시가 확대되었는데, 이 문제는 다음 정부에서도 그대로 가는 것인지 아니면 어느 쪽을 확대(축소)하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각 선거 캠프에는 주요 정책을 수립하는 인력풀이 가동되고 있을 테니까 그들에게 전하고 싶다. 한 가지다. 학교교육과 평가의 방향을 바꾸자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정책과 제도에 대해 (무지막지하게도) ‘뛰어난 사람’ ‘성적 최우수자’ 위주로 가르치고 뽑는 교육·평가로 표현할 수 있다면 앞으로는 모든 학생을 유용한 인재.. 2021. 12. 31.
박영숙·제롬 글렌 《세계미래보고서 2022 메타 사피엔스가 온다》 박영숙·제롬 글렌 지음 《세계미래보고서 2022 메타 사피엔스가 온다》 비즈니스북스 2021 사흘 후, 별일 없으면 2022년은 맞이할 수 있겠지? 이래저래 어수선해도 시간과 세월은 단정하게 착실하게 엄격하게 어김없이 오고 간다. 2040년을 전망하는 얘기도 들어 있다. 2040년? 내가? 그러면 나도 메타사피엔스가 될 수 있을 텐데... 글쎄...... 책 머리에 소개된 '메타 사피엔스가 알아야 할 20가지 미래 코드' 1. 메타 풍요 2. 메타 연결 3. 메타 장수 4. 메타 자본 5. 메타버스(meta+universe)와 아바타 6. 메타 센서 7. 메타 인공지능 8. 인공지능-인간 협업 9. 로봇과의 공생 10. 메타 재생 에너지 11. 메타 예방보험 12. 메타 교통수단 13. 메타 주문생산배송.. 2021. 12. 29.
「다리, 너머」... 나는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는 왜 아플까? 단편소설 한 편을 읽으며 생각했었습니다. '내가 지금 죽으면 이렇게 죽는 것이겠구나......' 2010년 봄이었으니까 그럭저럭 12년이 되어갑니다. 그해 1월에 나는 심장병으로 병원에 실려갔다 돌아와서 이젠 웬만하면 그렇게 지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를 파먹으려고 덤벼드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제 이야기지만 사람의 일입니다. 결국 그해 9월 나는 다시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그 병원으로 실려갔습니다. 생각도 하기 싫은 기억입니다. 나를, 내 심장을 파먹으려드는 그 일이 그해 4월호 『현대문학』(98~125)을 읽으며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연규상 「다리, 너머」) 연규상 작가는 1966년 충북 음성 출생으로 충북대 영문과 졸업하고 201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라고.. 2021. 12. 27.
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전기)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이상원·조금선 옮김, 황소자리 2004 나의 시계는 끊임없이 질주한다. 한때는 시계가 너무 많더니 이젠 이 방엔 단 세 개뿐이다. 자다가 깨어 화장실 갈 때 시각을 확인할 수 있는 탁상시계, 회의를 하거나 누구를 만날 때 스마트폰 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시각을 확인할 수 있지만 이젠 소용이 없게 된 손목시계, 초침이 1분에 한 바퀴씩 숫자판을 일주하는 저 벽시계가 그것들인데 벽시계를 바라볼 때마다 나는 조급해진다. 초침이 너무나 분주하기 때문이다. 그 초침이 달리는 모습을 보면 정말이지 이렇게 앉아 있어도 되나 싶고 벌떡 일어서서 밖으로 뛰쳐나가 무슨 일을 저질러야 할 것 같은 강박감을 느끼게 된다. 류비셰프는 그의 시간을 이렇게 살았단다... 2021. 12. 25.
J, 마침내 2021학년도가 지나갑니다 J. 내가 퇴임한 그해, 그러니까 학교라는 세상으로 치면 2010학년도 1학기에 나는 난생처음 한가했습니다. 교사들은 여전히 바빴지요? 바쁘지 않을 리 없습니다. 대한민국 교사들은 언제나, 아이들의 그 예쁜 눈을 들여다볼, 혹은 그 표정을 잠깐 일별할 여유도 없이 매 순간 바쁘니까. 바쁘지 않으면 이상해서 마침내 바쁜 게 미덕이 되었지요? 기이한 미덕. 그 기간에 나는 나 혼자인 나의 세상에서 이런저런 생각이나 하며 지냈습니다. 그렇게 지내는 게 어쩌면 그렇게도 어색하던지...... 내가 이래도 되나? 괜찮을까? 순간 순간 걱정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며 어처구니없어했습니다. J. 그땐 자주 생각하고 뭔가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궁금해하고 그랬습니다. '지쳤나?' '무슨 일 있나?' 그런 생각 하고 또 하.. 2021. 12. 23.
존 윌리엄스 《STONER 스토너》 존 윌리엄스 《STONER 스토너》 RHK 2020 윌리엄 스토너는 1910년, 열아홉의 나이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했다. 8년 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의 강사가 되어 195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강단에 섰다. 그는 조교수 이상 올라가지 못했으며,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 중에도 그를 조금이라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서평 중에는 지루하더라는 것도 있었지만 가장 흥미로웠고 한 권만 다시 읽는다면 지금은 이 소설을 선택할 것 같다. 스토너는 열정적으로 살았다. 최선을 다했다. 농부의 아들로 친척집에서 알바를 하며 다락방에서 공부를 했고 부모의 기대는 농사일을 물려받는 것이었으나 아처 슬론 교수가 보여준 열정에 따라 대학에 .. 2021. 12. 21.
"아빠! 얼른 또 만나~"(아빠들에게, 세상의 선생님께) ★ 아빠들에게 2011년 8월 23일 오후, 전철역에서였습니다. 열차를 갈아타려고 걸어오다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작별의 외침을 들었습니다. "아빠! 또 봐~" "아빠! 잘 가~" "아빠! 얼른 또 만나~" "아빠! …………" "…………" 멀어져 가는 거리를 그 외침으로 메워보려는 듯 그 아이는 연달아 외치고 있었습니다. 나도 그 외침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 환승역은 언제나 번잡합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도 그 아이의 외침이 너무나 애절해서, 아주 또렷하게 들려서 '아빠!' 그 외침이 들려오는 곳을 찾아 주변을 살폈습니다. 아이는 이미 인파에 묻혔을 것입니다. 순간! 키가 큰 삽십 후반 아니면 사십 초반의 그 아빠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자꾸자꾸 뒤돌아보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얼.. 2021. 12. 17.
어머니의 영혼 꿈속에서 이미 저승으로 간 부모와 대화를 나누는 건 대체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더구나 포옹을 하거나 손을 잡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었습니다.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와 그의 어머니도 대화는 나누었는데 손을 잡거나 하지는 못했습니다. 표독스러운 여신 키르케를 잘 다루어 1년간 꿈결 같은 대접을 받은 오디세우스는 그 여신의 안내로 저승세계를 찾아가게 되고 어머니도 만납니다. "오, 아들아, 어찌하여 이 어두운 세계로 들어왔단 말이냐. 너는 분명 살아있는 몸이 아니냐. 그런데 트로이에서부터 여태껏 바다를 헤매고 돌아다녔단 말이냐? 이제까지 이타카에는 전혀 가지를 못한 것이냐." "어머님, 제가 귀국하기 위해 이렇듯 테이레시아스 망령에게 신탁을 받으러 왔습니다. 트로이를 떠난 후 겹친 재앙 때문에 이렇듯 .. 2021. 12. 15.
대화 그 아이는 가정 돌봄이 불가능한, 포기한 상태입니다. 열한 살.. 코로나 시국이 학교를 오다가 안 오다가의 반복된 상황으로 등교가 귀찮은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결석이 잦고, 연락하고 또 연락해도 깨워줄 사람의 부재로 늘 교무실팀이 데리러 가야 합니다. 친구랑 엮어주기도 했고, 일주일 등교 잘하면 떡볶이도 사주기도 했고.. 효과는 순간에 불가했습니다만 그렇게 한 학기를 보냈고 올 9월 신규 샘이 발령받아 담임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신규 샘 왈 "아침에 제가 연락하여 등교시켜볼게요" 그렇게 매일 그 아이 집 앞에서 기다려 아이와 함께 등교하기를 반복, 잠시 잊었습니다. 안정되었나 보다.. 다시 결석과 출석이 반복되고 그 사이 사건도 생겼지만 하루하루 넘기던 12월 어느 날 더 이상 방법이 없어 교.. 2021. 12. 13.
'엉뚱한 결론' 질의응답이나 토론이 불가능한 일방적 강의를 들을 때 그 논리가 편파적이거나 합리적이지 못하면 분통이 터진다. 가령 '바둑을 둘 줄 모르는 사람이 뭔 일을 하겠느냐?'고 하면 듣는 사람의 심정이 어떻겠는가? 마치 사람은 다 공부를 잘해야 하는 것처럼 "넌 왜 공부를 이렇게밖에 못하나?" 하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글도 마찬가지다. 억지 주장을 늘어놓은 걸 보면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그런 경우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걸, 그렇게 이야기할 수 없다는 걸,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걸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글을 쓸 수밖에 없고 그건 여간 힘드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속을 끓이다가 그만둘 수밖에 없지만 마음속으로라도 글을 읽은 소감을 정리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게 하지 않고.. 2021. 12. 11.
"선생님은 어떤 교육자가 되려고 합니까?" 이 자료집 집필자 중 한 명이 원고를 보내면서 추천사를 써달라고 했습니다. 나는 그런 입장이 아닌 것 같다면서 두어 차례 사양했는데 막무가내로 졸랐습니다. 그는 연전에 나는 글자 하나 쓴 적이 없는데도 여러 집필자의 선두에 내 이름을 달기도 했었습니다. 그때는 참 당혹스러웠는데 이번에는 그렇지는 않은 경우였지만 추천사를 써준다고 돈을 줄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드디어 내 명성이 드러나기 시작할 것도 없어서 망설이다가 열심히 살아가는 선생님이니까(연구도 많이 하며 가르치고, 이번에는 용감하게 두 자녀와 배우자 등 가족을 데리고 중국에까지 간 교사니까) '써주자!' 결정했습니다. 책을 받아보니까 저런 모습이었고, 추천사를 무려 여섯 명에게서나 받았는데(이런 경우 자칫하면 우스개가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2021. 12. 9.
『보고 읽고 생각하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 2005년에 냈으니까 위대하고 거대한 '책 세상'에서는 까마득한 옛일이 되었다. 더구나 책이 나오자마자 스스로 '내가 또 쓰레기를 생산했구나' 싶었었다. 더더구나 "보고 읽고 생각하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 누구 맘대로? 생각부터 독단적이었다. 출판사 사장이 제목만큼은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정해졌으므로 당연히 지금도 저 책 이름만큼은 내 책임은 아닌데 책 내용조차 부끄럽지 않은 부분이 단 한 군데도 없다. 지나간 일이어서 이제 중고본 서점에서만 사라지면 되니까 그나마 다행이다. 출판사에서 마련한 책 소개, 서글픈 추억거리가 되었다. 책소개 교사와 교육부를 거쳐 현재 성복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인 저자의 교육관을 담은 에세이. 딸과 함께 들렸던 박물관에서 생긴 에피소드, 수업 중에 생긴 에.. 2021. 1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