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응답이나 토론이 불가능한 일방적 강의를 들을 때 그 논리가 편파적이거나 합리적이지 못하면 분통이 터진다. 가령 '바둑을 둘 줄 모르는 사람이 뭔 일을 하겠느냐?'고 하면 듣는 사람의 심정이 어떻겠는가? 마치 사람은 다 공부를 잘해야 하는 것처럼 "넌 왜 공부를 이렇게밖에 못하나?" 하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글도 마찬가지다.
억지 주장을 늘어놓은 걸 보면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그런 경우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걸, 그렇게 이야기할 수 없다는 걸,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걸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글을 쓸 수밖에 없고 그건 여간 힘드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속을 끓이다가 그만둘 수밖에 없지만 마음속으로라도 글을 읽은 소감을 정리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게 하지 않고 끙끙거리고 있으면 심지어 표정 관리도 어렵고 하는 일도 잘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그런 일이 자꾸 쌓이면 마침내 고약한 사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장영희 교수의 글을 보고 마침내 대처 방법(?)을 발견했다.(《문학의 숲을 거닐다》 86)
오늘 신문을 보니 일본에서는 사람과 거의 똑같이 움직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감정 표현까지 할 수 있는 로봇이 실용화 단계에 이르렀다는 기사가 있었다. 우리나라도 뒤질세라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우리의 로봇 공학은 일본에 비해 뒤져 있다면서, 우리처럼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각한 현실에서는 인문계보다 이공계로 우수한 인재를 유도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조금 엉뚱한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조금 엉뚱한'이라고 매우 조심스럽게 표현하고 있지만 어쨌든 '엉뚱한 결론'이라고 했다.
엉뚱한!
이렇게 편리한 단어가 있었는데 나는 그걸 왜 모르고 있었을까?
그동안 공연히 속을 태운 것이다.
엉뚱한!
비단 어느 분야의 인재 수급처럼 따지고보면 아주 단순한 문제만은 아니다. 세상의 모든 일이 다 그런 경우가 될 수 있다. 왜곡된 논리, 엉뚱한 결론으로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고 고생을 하고 속상해하고 병들어 죽어가는가.
앞으로는 그런 억지를 발견하게 되면 우선 '이건 엉뚱한 결론이야!' '엉뚱한 결론에 지나지 않아!'라고 해버리면서 마음이라도 정리하며 지낼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후련할 것이다. 단어 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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