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불경기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 남자가 말했다. "유감이지만 여러분 모두를 내보내야 합니다. 이제, 여러분이 내 앞으로 줄을 서면 여러분의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를 적도록 하겠습니다. 사정이 좀 나아지면, 제일 먼저 여러분에게 연락이 갈 겁니다."
사람들은 줄을 서기 시작했지만, 얼마 안 있어 서로 밀치고 욕을 해댔다. 나는 그 줄에 끼지 않았다. 나는 동료 노동자들이 충성스럽게 자기의 이름과 주소를 불러주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나는 바로 저런 인간들이 파티 같은 데서 아름답게 춤을 추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사물함으로 걸어가서, 흰 작업복을 걸어놓고, 국자를 문에 기대놓고는, 그곳을 빠져나왔다.
찰스 부코스키 『팩토텀』(문학동네, 2017) 289~290.
동경만 해온 나라들이 '코로나 19'로 비틀거립니다.
어떤 나라의 지도자는, 몇 세기 전 인간들 위에 군림했을 힘센 사람, 아니 지금은 그 해골이 고인돌 아래에 박혀 있을 듯한 고대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저렇게 조용하고 질서 정연하게 살아가는구나! 감탄했던 이웃 어느 나라에서는 마스크 박스를 서로 집어가려고 아수라장을 연출해서 저게 '인간인가! 인간의 본모습인가!' 싶었습니다. 몇 해 전 그 나라 지도자는 "우리 나라를 세계 최고의 모범국가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기도 했었습니다.
그 동경을 그만두게 되어 가벼워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서운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그동안 모두들 애써 일구고 가꾼 문화 문명을 지켜갈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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