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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쓰레기들!"

by 답설재 2019. 4. 30.

 

 

 

미국의 '흑백' 문제는 이 세상이 공평한가, 공평하게 살려고 하는 애쓰는 사람들의 세상인가에 대한 의문을 새삼 상기시킨다. 다음은 2019년 4월 25일에 본 두 가지 기사였다.

 

트럭에 흑인 매달아 광란의 질주..美 백인우월주의자에 사형집행

- 미 전역 충격에 떨게 한 인종차별 참사..20년만에 형 집행 -

(2019.4.25,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20여년 전 흑인 남성을 트럭에 매달고 광란의 질주를 벌여 살해한 미국의 백인우월주의자에 대해 사형이 집행됐다. (이하 생략)

 

아스팔트에 처박힌 피범벅 흑인소년..과잉제압 경찰 처분은

  • 흑인 청소년, 경찰 폭행당하는 영상 SNS에서 확산 .. 흑인에 대한 경찰의 폭력 다시 수면위로 -

(2019.4.25, 머니투데이 이소연 인턴기자) 15세 흑인 소년의 얼굴을 아스팔트 도로에 박아 피범벅으로 만들어 사회적 공분을 산 미국 플로리다주 백인 경찰 2명이 24일(현지시간) 정직되었다.(이하 생략)

 

 

쓰레기 같았을까?

쓰레기일까?

 

『알려지지 않은 미국 400년 계급사』1를 소개한 "'백인 쓰레기(가난한 백인·white trash)'에게 아메리칸 드림은 이루지 못할 꿈이었다"라는 서평을 보았다.2 미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면서도 세력가나 주류 사회에서 밀려 철저히 무시돼온 가난한 백인의 역사에 주목한 책이란다.

그들에게 붙여진 수많은 낙인은, 미국에서 경제적 하층계급에 대한 차별이 얼마나 심하고 다양했는지를 보여준다면서

느림보

폐기물

클레이이터(clay-eater)

크래커

레드넥

트레일러 쓰레기

무단토지점유자

힐비리

백인 깜둥이

타락자

습지 인간

등 수많은 오명이 백인 빈민들에게 붙여졌고, 백인 쓰레기(white trash)의 이러한 역사는 1500년대에 이미 시작되었다고 했다.

 

가난하다고 쓰레기로 분류하면 몇 사람쯤이 쓰레기가 되는 걸까?

적당히?

1%쯤?

그건 너무 적고 5%?

그 사회 수준에 따라 다르다면 그럼 어느 선까지?

 

색깔이 다르다고, 돈이 없다고?

그다음은 늙었다고, 또 어떻다고 잘라내면, 자꾸만 잘라내면, 어떻게 되나?

 

어디까지 가나?

어떻게 하나?

그렇게 길진 않겠지만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좀 참으면 되니까 못 본 척하면 되니까 괜찮다고 생각할까?

아니 이렇게 표현해선 안 될 것 같네?

약간은 더 분명하게?

 

"어쨌든(돈을 다 내어도) 틀딱충은 질색"이라거나 "혐오스럽다" 해도 괜찮다고 해야 할 것 같지 않나?

그러다가 마침내 (물어보지도 않고) "돈이 없어 보인다" "추하다"고 해도, 그래서 '쓰레기' 취급을 받아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묵묵히 지내자고 생각해두어야 할까?

이미 그렇지 않나?

모르겠다.

일단 그렇게 생각해놓자.

 

그렇지만 내가 나 자신을 쓰레기로 만들진 말아야지!

나는 쓰레기를 만들지 말아야지!

아니, 이미 쓰레기로 만들어버린 사람 말고는 쓰레기를 더 생산하지는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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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낸시 아이젠버그 지음, 강혜정 옮김《알려지지 않은 미국 400년 계급사》(살림).
2. 《한국경제》2019.4.12. A 27. 책마을(서화동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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