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노사우루스들의 대화
아이를 데려다주고 돌아와서 청소를 시작하려는데 저것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저것들은 날이면 날마다 아주 난전(亂戰)을 벌이기 때문에 어느 놈이나 다 지쳐 쓰러져 있기 일쑤였습니다.
아무리 '공룡의 왕'이라 해도 백병전이 벌어지면 심한 상처를 입거나 목숨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이 일쑤였고, 주변에는 다른 공룡들도 이리저리 쓰러져 마치 백악기 말 화산이 폭발했을 즈음을 떠올리게 하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오늘은 저렇게 두 마리의 티라노사우루스만 남아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느 쪽이 더 센지 으르렁거리는 모습인가 싶어 하다가 아무래도 그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의 다정한 모습을 보라고, 나를 집에 데려다주고 온 뒤에 이들의 대화를 들어보라고 저렇게 두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대로 두었습니다.
오늘 밤에는 싸우지 말고 실컷 웃으며 얘기나 나누어 보라고 나도 그대로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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