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감사해하는 줄도 모른 채

by 답설재 2019. 4. 22.

 

 

 

 

 

헬스에 대해 못마땅해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빈둥빈둥 놀면서 먹기만 하니까 체중이 늘고, 그런데도 또 먹고 마시고 놀면서 헬스장에는 왜 다니냐는 것입니다.

등산도 하고 테니스, 골프를 하지 왜 헬스냐고 다그치면 그런 분 바라보기에는 눈이 부셨습니다.

주말이면 주차장은 물론 아파트 앞길이 일렬 주차로 미어터지는 유명한 뒷산을 두고도 헬스장 회원권을 사서 그조차 일주일에 잘해야 서너 번 다닙니다.

 

이번 달에는 몸살이 나서 보름 동안 아예 헬스장 근처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가봤자 뾰족한 수도 없습니다. '노인이 미쳤나!' 할 것 같아서 빈 자리를 찾아 대충 이십 분쯤 팔다리를 흔들다가 얼른 샤워장으로 갑니다.

운동을 왜 그렇게 하느냐는 물음에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시 체육회에서 시니어 선수로 나오라고 할까봐서요^^"

 

 

 

 

 

 

 

십 년 가까이 저 키(key)로 옷장을 열었다 잠갔다 하며 매번 번호를 확인하곤 했겠지만 오늘 비로소 키 번호표를 제대로 봤습니다.

"63 감사합니다"

'응? 감사하다고? 웬일이야?'

잠깐 눈을 의심했습니다('내가 지금 제대로 본 거야?')

얼른 키가 꽂힌 다른 문을 봤습니다.

"75 감사합니다"

 

"감사하다고요? 이제 와서요?"

그렇게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겠지요?

"아니, 처음부터 감사하다고 했는데요?"

 

 

 

'내가 만난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뭐 잘 한 것이 있다고 비까지 내려주실까'  (0) 2019.04.27
티라노사우루스들의 대화  (0) 2019.04.24
벚꽃이 피었다가 집니다  (0) 2019.04.18
나의 아침  (0) 2019.04.15
친구 걱정  (0) 2019.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