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친구 걱정

by 답설재 2019. 4. 11.

 

2018.5.5.

 

 

 

1

 

'저 친구'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요?

이쪽을 바라보며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진짜 무슨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일전에 '저 친구'의 친구와 함께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2

 

피자는 내가 두 조각, 내 친구가 다섯 조각을 먹어서 한 조각이 남았습니다.

내 친구는 피자가 있는 식사를 좋아합니다.

파스타와 샐러드는 내가 더 많이 먹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먹으며 말을 하고 이젠 깔끔하지 못한 면이 있어서 아무래도 비위생적인 장면도 연출하곤 합니다.

 

 

내 친구는 만나자는 약속도 좋아하지만, 그만 일어서자는 제안도 좋아합니다.

얼른 '저 친구'가 있는 집으로 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전에는 거의 매일 나들이를 했지만, 책을 읽으며 '저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과의 대부분이 되었다고 한지 1년이 훨씬 넘었습니다.

 

☞ "내 친구의 친구" https://blueletter01.tistory.com/7639142

 

 

3

 

그렇지만 이젠 아무래도 책을 그렇게 읽기도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백내장 수술을 한지 꽤 되었는데 수술하기 전보다 영 못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수술의 경과에 대해 언급하긴 했지만 의사라 한들 언제까지나 말끔한 시력을 보장하진 못할 것입니다.

 

그날 내 친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러다가 갑자기 가게 되면 배니가 어떻게 될지 그게 걱정입니다."

 

 

4

 

― 내 친구는 배니 걱정이나 하고, 그럼 내 친구 걱정은 누가 하지?

― 한 사람이 오고 가는 건 누가 걱정해야 하는 것일까?

― 부모? 이미 사라지고 없는?

― 국가·사회?

― 우주?

― 친구 '배니'?

 

나의 잡념은 또 늘었습니다. 이것도 잡념이라면.

 

 

 

 

 

'내가 만난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벚꽃이 피었다가 집니다  (0) 2019.04.18
나의 아침  (0) 2019.04.15
즐겁고 쓸쓸한 잡념(雜念)  (0) 2019.04.08
We are always alone  (0) 2019.04.03
해장국 맛있게 먹기  (0) 2019.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