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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쯤 찾아간 해장국집이 있습니다. 고르고 고른 해장국집은 아니고 늘 기억하여 가고 또 가고 했습니다. 어떻게 맛있다고 설명하기는 좀 그렇고 얼마쯤 지나면 생각이 나곤 해서 '단골'이 되었습니다.
서울에서라면 북부간선도로를 내려 옛 경춘국도로 남양주를 통과하다 보면 경춘선 고가철도 아래를 지나게 됩니다. 그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시면 몽골문화촌도 있는 수동으로 가게 되고 내처 달리면 당연히 춘천으로 가게 됩니다.
이 해장국집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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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해장국 두 그릇, 한 그릇은 선지 빼고"입니다. 나는 빼기 같은 건 하지 않습니다. 전 세계 어느 식당을 가더라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그저 주는 대로 먹는다! 이것이 내 '신념'입니다.
오늘도 그 해장국을 먹었는데 이곳저곳 아픈 데가 드러나는 내 신세가 서글퍼 보였는지 맞은편에서 열심히 먹다가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내가 자신이 만든 소스를 가리키며 여기에 찍어먹어 보라고 했습니다. 당연히 그냥 먹어도 좋은데 싶었지만 들은 척 만 척하기도 그렇고 해서 한번 찍어먹어 봤습니다.
그 맛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다르겠지요? 소스라는 걸 찍었으니까요.^^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하려느냐가 문제겠지요?
나는 내 방법대로, 그러니까 소스를 찍지 않고 주방에서 나온 그대로, 십 년 동안 먹은 그대로 먹을 것입니다.
그 이유를 밝히겠습니다. 두 가지 다 맛있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소스에 찍는 것보다는 그냥 먹는 게 더 좋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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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한 오후여서 그 해장국을 느긋하게 먹고 잠시 식당 이곳저곳을 살펴보다가 바로 오늘 십 년 만에 마침내(!) 그 '소스 만드는 법'을 발견(!)했습니다.
십 년 동안 '저게 뭐지?' '저게 뭘까?' 하고 바라보던 홍보물이 그것이었습니다.
고추절임 1/3 스푼, 들깨 2/3 스푼, 고추씨기름 1 스푼!
저게 뭐지?
저게 뭘까?
그 식당에 갈 적마다 본 것인데 나는 그게 무슨 '공식'인지 모른 채 지냈던 것입니다.
굵은 글씨로 써놓은 게 중요하다고 속단하고는, 별도의 박스 안에 작은 글씨로 써놓은 것은 관심 밖의 일이었기 때문인데 세상에……
정도를 넣으신 후 고기 및 선지, 우거지 등을 소스에 찍어 드신 후 진지를 말아서 드시면 맛있습니다!
가게 주인께서 느낌표까지 붙여 강조하신 걸 나는 무심코 보아오다가 오늘에야 그 문장까지 읽은 것입니다. 이렇게 미안할 데가 있겠습니까?
그걸 십 년 만에 발견한 것도 사실은 순전히 아내 덕분입니다. 그가 거기에 찍어 먹어보라고 하지 않았다면 나는 앞으로도 그걸 무심코 볼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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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스를 사용하든지 말든지, 그건 내 자유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일단 홍보한 것은 읽어보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주변 사물에 무관심한 사람이 아이들을 가르쳤으니…… 게다가 정부에서 한동안 교육과정을 만들고 교과서를 만들고 했으니……
확실한 건 나는 그 식당 해장국이 맛있어서 그동안 맛있게 먹었고, 별일 없으면 앞으로도 맛있게 먹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것만은 그 식당 주인에게 떳떳이 밝힐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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