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허름한 비닐창으로 폭설이 내리는 걸 보며 식사를 했습니다.
팔당이라는 곳이었습니다.
폭설이 내리는데도 사람들은 걱정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식사가 더 즐거운 것 같았습니다.
비가 진눈깨비로 바뀌었고 금방 또 폭설이 내리는 것이었는데 지상의 기온이 영상이어서 내리는대로 거의 다 녹았습니다.
잠깐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金春洙)이 생각났지만 먹는데 정신이 팔려 곧 잊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눈은커녕 쨍쨍한 곳이 한참 동안 이어졌는데 우리 동네에 들어오자 또 눈이 내렸습니다.
이번에는 싸락눈이어서 차창에 부딪친 눈이 작은 유리구슬처럼 폴짝폴짝 뛰었습니다.
이번에는 "싸락눈 내리어 눈썹 때리니"가 생각났습니다(『徐廷柱詩選』(1974, 민음사 세계시인선 ⑫), 111쪽).
생각만 했지 그 얘기를 하진 않았습니다. 얘기를 듣는 중이었는데, 얘기를 듣는 중이 아니어도 그런 얘기는 어울리지도 않을 것입니다.
싸락눈 내리어 눈썹 때리니
그 암무당 손때 묻은 징채 보는 것 같군.
그 징과 징채 들고 가던 아홉 살 아이……
암무당의 개와 함께 누릉지에 취직했던
눈썹만이 역력하던 그 하인 아이
보는 것 같군. 보는 것 같군.
내가 삼백 원짜리 시간 강사에도 목이 쉬어
인제는 작파할까 망설이고 있는 날에
싸락눈 내리어 눈썹 때리니…….
집에 돌아와서 "호밀빵 햄 샌드위치"라는 소설을 읽다가 눈을 들어봤더니 아파트 앞으로 내다보이는 온 마을에 햇빛이 쨍쨍했습니다.
나는 불안했습니다.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지, 뭘 하는지, 다들 괜찮은 것인지…….
나는 지금 뭘 해야 하는지, 해야 할 일을 잊고 있거나 방치한 건 아닌지, 이러고 있어도 괜찮은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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