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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김상미 「작은 배」

by 답설재 2017. 10. 28.

작은 배

 

 

김 상 미

 

 

배가 있었네, 아주 작은 배가 있었네, 라고 노래하던 가수가, 작은 배로는 떠날 수 없네, 아주 멀리 떠날 수 없네, 라고 노래하던 가수가, 어젯밤 아주 멀리 떠나버렸네. 혼자 남아 울고 있는 작은 배만 남기고, 작은 배만 남기고, 아주 먼 곳으로 떠나버렸네. 이 시대의 애끓는 한숨 소리처럼 깊디깊은 여름밤, 홀연히 춤추는 먼지, 허무의 장엄 속으로 떠나버렸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매혹의 뮤지션이 되어 곧 그리운 멜로디로 환생할 작별의 오선지 속으로, 캄캄한 밤이 내뿜는 혼, 미지의 쓰라린 감미甘味 속으로 떠나버렸네.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 한밤중에도 혼자 깨어 있을, 더없이 애틋하고 애잔한 제비꽃, 작은 배만 남기고, 작은 배만 남기고…….

 

 

 

 

2013.4.20. 구성

 

                                                                                                                

 

 

작은 배. 아주 작은 배. 울고 있는 작은 배

허무와 장엄 속

…………


그림 하나도 좋고 詩 하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

그런 흔적에는 미치지 못할 마침내 아무것도 없을 그것도 굳이 슬픔의 한 형태라면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

순순히 유감없이 가야 한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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