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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4번 타자」

by 답설재 2015. 5. 10.

                             4번 타자

 

 

                                                  한상순

 

 

할머니 손전화 단축번호는

아빠 1

엄마 2

언니 3

나 4

 

아빠 손전화엔

엄마 1

할머니 2

언니 3

나 4

 

엄마 손전화엔

아빠 1

언니 2

할머니 3

나 4

 

언니 손전화엔

할머니 1

엄마 2

아빠 3

나 4

 

난 언제나

변치 않는 4번 타자

 

 

――――――――――――――――――――――――――――――――――――――――

동시집 《병원에 온 비둘기》에서

 

 

 

「뻥튀기는 외로워」라는 시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4번 타자」를 보고 '이런 재미있는 시인이 또 있구나' 싶어서 찾아봤더니 바로 그 시인입니다.

 

아빠는 혹 "내가 왜 3번이냐?"고 따지고, 엄마도 혹 "내가 2번이란 말이지?" 할 수도 있고, 할머니도 누구에겐가 2번 아니면 3번인 걸 섭섭해 하실 수도 있지만, 정작 누구에게나 4번인 이 아이는 괜찮습니다. 그 변치 않는 4번 타자를 즐기며 지내는 이 4번 타자에게 세상은 호의적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4번 타자'를 흔히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세상은 그런대로 괜찮은 곳인지도 모릅니다. 선생이라고 그런 4번 타자를 가르쳐주려고만 했습니다. 그랬으니까 결코 그런 아이들로부터 배우지는 못했습니다. 그 훌륭한 4번 타자들과 함께 지내던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그때는 좋은 줄을 정말 몰랐습니다.

 

『오늘의 동시문학』 2015년 봄·여름호에서 옮겼습니다.

 

 

 

 

우리 학교를 방문한 이들에게 나누어주던 수건 한 장 나는 이 수건에 "기본이 바로 선 학교"니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교" "주체성이 있느니 어쩌느니" 그런 걸 새겨넣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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