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타자
한상순
할머니 손전화 단축번호는
아빠 1
엄마 2
언니 3
나 4
아빠 손전화엔
엄마 1
할머니 2
언니 3
나 4
엄마 손전화엔
아빠 1
언니 2
할머니 3
나 4
언니 손전화엔
할머니 1
엄마 2
아빠 3
나 4
난 언제나
변치 않는 4번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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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집 《병원에 온 비둘기》에서
「뻥튀기는 외로워」라는 시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4번 타자」를 보고 '이런 재미있는 시인이 또 있구나' 싶어서 찾아봤더니 바로 그 시인입니다.
아빠는 혹 "내가 왜 3번이냐?"고 따지고, 엄마도 혹 "내가 2번이란 말이지?" 할 수도 있고, 할머니도 누구에겐가 2번 아니면 3번인 걸 섭섭해 하실 수도 있지만, 정작 누구에게나 4번인 이 아이는 괜찮습니다. 그 변치 않는 4번 타자를 즐기며 지내는 이 4번 타자에게 세상은 호의적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4번 타자'를 흔히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세상은 그런대로 괜찮은 곳인지도 모릅니다. 선생이라고 그런 4번 타자를 가르쳐주려고만 했습니다. 그랬으니까 결코 그런 아이들로부터 배우지는 못했습니다. 그 훌륭한 4번 타자들과 함께 지내던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그때는 좋은 줄을 정말 몰랐습니다.
『오늘의 동시문학』 2015년 봄·여름호에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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