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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모습을 '그대로' 나타낸 것인데, 그동안 다른이들은 이렇게 '그대로' 나타내기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온 화면에 비 내리는 모습만 그린 수채화 같습니다.
"비가 온다."
그렇게 이야기해 봐야 지금 비 내리는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보이는 듯할 리가 없습니다.
"의자와 나무가 놓여 있다" 하고,
"간단하게
비가 내린다
의자와 나무는 젖은 채로 다음 문장을 기다린다"
그렇게 하니까 정말로 비 내리는 그 모습을 지금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언젠가, 눈 오는 날 아침 신문에서, "그곳에도 눈이 내립니까?" 하고 물은 만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아직 신문은 읽지도 않았고, 그 만화 때문에 눈발 자욱한 창밖 풍경을 오래 내다보던 그 아침이 지금도 뚜렷이 떠오르고 몹시 그리워집니다.
그 만화가는 자기네 마을에만 눈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온 세상에 눈이 내리는 것 같았을 것입니다.
아침부터 그리움에 젓게 하던 그 만화처럼, 온 세상에 비 내리는 모습이 전해진 것 같습니다.
"나는 어디에 있는 창문을 열어두었는지
모든 곳에서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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