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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봄」

by 답설재 2015. 3. 17.

 

 

 

 

 

2015.3.13(금). 오전의 봄.

 

 

 

 

 

 

                          

 

 

                                                       신경림

 

 

세상의 모든 소리들이 다

귀를 통해 들어오는 것만은 아니다

개중에는 집요하게 살갗을 파고들어

동맥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는 것이 있다

구석구석 그 소리가 닿을 적마다

우리들의 몸은 전율하고 절규하다가

드디어는 그것을 따라

통째로 밖으로 빠져나온다

한순간 높이 하늘로 치솟았다가

폭죽처럼 터져 지상으로 쏟아져

 

새파란 풀밭에

조각조각 꽃이 되어 흩어진다

 

해가 내려다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신경림  1935년 충북 충주 출생. 1956년 『문학예술』 등단. 시집 『농무』 『새재』 『가난한 사랑 노래』 『쓰러진 자의 꿈』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뿔』 『낙타』 『사진관집 이층』 등. <만해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시카다상 등 수상.

 

 

『현대문학』 2015년 1월호, 226~227쪽.

 

 

 

 

 

 

 

  무슨 흥겨운 행사가 펼쳐지고 있는 영화 장면 같지 않습니까?

  축제가 벌어진 저녁, 연달아 솟아오르는 폭죽을 올려다보던 일도 생각납니다.

 

  주체할 수 없는 봄,

  눈이 부셔서 그 앞에 나서기조차 민망하고 쑥스러운 봄,

  '봄!' 하고 생각만 해도 찬란한 봄,

  그렇지만 이젠 그만하면 됐지 않느냐고, 더 안아줄 수는 없다고 할 봄1.

 

  마침내 그 축제가 시작됐는데,

  남의 일인양 이렇게 내다보기만 합니다.

 

 

 

 

 

 

 

 

 

  1. 봄은 내게 '이제 그만하면 됐지 않느냐? 그동안에도 별 수 없는 세월을 보내고 이제와서 뭘 더 바라느냐?'고 묻는 것 같습니다. 사실은 '개인적으로는'(모두들 봄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이 이상한 단어를 처음으로 써보게 되었지만) 나는 봄을 싫어합니다. 머릿속 핏줄을 얼얼하게 하는 추위는 갔다 해도 봄보다 먼저 황사가 오고, 일기예보에는 '미세먼지 보통'인 날도 하늘은 뿌옇게 되어 예보가 맞기나 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때조차 있습니다. 이런 날은 숨을 쉬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스스로 딱할 지경입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는 교과서에 그렇게 되어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사철이 뚜렷해서 참 좋다'고 가르치긴 했지만, 그러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봄을 좋아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며칠 봄인가 싶으면 곧 여름인데다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더위가 물러가 가을인가 싶으면 곧 겨울이었기 때문이고, 그 여름 그 겨울에도 언제나 무슨 일이든 해야 했는데, 이제 그런 일은 하지 않아도 좋을 나이가 되자 '있어도 별볼일 없는 사람'이 되어버려서 이렇게 있는 것이 민망하거나 미안할 때가 있게 되었는데, 속으로는 몸에 골병이 들어서 여름도 겨울도 지내기가 어렵고, 그렇다고 단 며칠 봄가을조차 지내기가 편한 것도 아닌데 어쩌자고 계절만 자꾸 바뀌는지 모르겠습니다. 봄이 오긴 했는데, 감기가 두려워 겨울옷을 벗어버리지도 못합니다. 저 찬란한 봄에게 이런 불평을 늘어놓는 것도 미안한 입장이긴 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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