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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서정주「귀촉도歸蜀途」

by 답설재 2015. 6. 15.

歸 蜀 途

 

 

눈물 아롱 아롱

피리 불고 가신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西域 三萬里.

흰옷깃 염여 염여 가옵신 님의

다시오진 못하는 巴蜀 三萬里.

 

신이나 삼어줄ㅅ것 슲은 사연의

올올이 아로색인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날로 이냥 베혀서

부즐없은 이머리털 엮어 드릴ㅅ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 하늘

구비 구비 은하ㅅ물 목이 젖은 새.

참아 아니 솟는가락 눈이 감겨서

제피에 취한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을로 가신 님아

 

 

"다시오진 못하는 巴蜀 三萬里."

"부즐없은 이머리털 엮어 드릴ㅅ걸."

"그대 하늘 끝 호을로 가신 님아"

……

다른 말을 한다는 것이 부질없을 것입니다.

시인이 되어서, 시를 쓸 수 있었다면, 달랑 이 시 한 편만 썼다 해도 시인이 되었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다시오진 못하는 巴蜀 三萬里."

다시 올 수 없는 길을 떠난 사람이 떠오릅니다.

"신이나 삼아줄ㅅ것 슲은 사연의"

『현대문학』에 소개되었습니다(2015년 5월호, '미당 탄생 100주년 특집' 중 심재휘,「歸蜀途」(261쪽).

 

띄어쓰기, 맞춤법, 문장부호가 시집마다 다 다릅니다. '뭐가 이런가……' 하다가, 생전에 미당도 이런 걸 다 봤을 것으로 생각하고, 책마다 다르게 인쇄된 그 판본 그대로 읽어도 좋은 걸 발견합니다.

 

 

 

歸 蜀 途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西域 三萬里.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巴蜀 三萬里.

 

신이나 삼아 줄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굽이굽이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註 : 육날메(미)투리는 신 중에서는 으뜸인 미투리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조선의 신발이었느니라. 귀촉도는, 항용 우리들이 두견이라고도 하고 소쩍새라고도 하고 접동새라고도 하고 子規라고도 하는 새가, 귀촉도…… 귀촉도…… 그런 發音으로써 우는 것이라고 地下에 돌아간 우리들의 祖上의 때부터 들어 온 데서 생긴 말씀이니라.

 

 

民音社 世界詩人選 ⑫ 徐廷柱詩選, 1974, 35쪽.

 

 

 

귀촉도(歸蜀途)

 

 

눈물 아롱 아롱

피리 불고 가신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三萬里).

흰옷깃 염여 염여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三萬里.

 

신이나 삼어줄ㅅ걸 슲은 사연의

올올이 아로색인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날로 이냥 베혀서

부즐없은 이머리털 엮어 드릴ㅅ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 하늘

구비 구비 은하ㅅ물 목이 젖은 새.

참아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註 : 육날메(미)투리는, 신 중에서는 으뜸인 미투리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조선의 신발이었느니라. 귀촉도는, 행용 우리들이 두견이라고도 하고 솟작새라고도 하고 접동새라고도 하고 자규라고도 하는 새가, 귀촉도… 귀촉도… 그런 발음으로 우는 것이라고 조상 때부터 들어 온 데서 생긴 말씀이니라.

 

 

서정주대표시집-未堂自擇詩選-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아(신원문화사, 1989), 12쪽.

 

 

 

귀촉도歸蜀途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 리.

흰 옷깃 여며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 리.

 

신이나 삼아 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메투리

은장도銀粧刀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드릴 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굽이굽이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歸蜀途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한국대표명시선100 - 서정주 선운사 동백꽃 보러갔더니(시인생각, 2013), 13쪽.

 

 

 

아래에 "언덕에서"님과 "노루"님 두 분의 필담을 옮깁니다. 써주신 댓글도 그대로 두었습니다. 이렇게 옮기고 싶은 것은, 혹 관심을 가진 독자에게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두 분에게 감사를 드리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것은 물론입니다.

 

 

 

 

 

언덕에서 (2015.6.15)

 

이 시가 최초 발표된 것은 <춘추>지 32호라고 되어 있는데 내용은 위에 적어주신 것과 또 다릅니다. 아마 미당은 큰 차이 없으니 대범하게 넘겼지 않았나 싶습니다.

작품을 평하여 먹고 사는 문학평론가들은 촉망제 두우가 자신의 나라로 가지 못해 두견새가 된 것에 시를 착상했다고 적고 있는데 가난한 집안의 큰 누이가 계모에게 박해받다 죽은 <귀촉도 설화>라는 전래 민담을 생각한다면 그것도 정답이 아닌 듯합니다.

이런 논리라면 두우는 유비의 아들 '유선'임에 틀림없는데 삼국지연의에는 유선이 조비 밑에서 행복하게 살았다니 이 또한 의문 부호를 던지게 만듭니다. 이래저래 '시' 자체보다 해설이 더 어려운 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 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신이나 삼어 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색인 육날 메투리.

은장도(銀粧刀)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은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구비구비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참아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 [춘추] 32호(1943년 10월) -

 

 

노루 (2015.6.16)

 

이 시를 쓰는 동안, 아마도, 망제(望帝)와 두견새, 두견화 설화, 그리고 소월의 "진달래꽃"도 어쨌든 떠올렸을 것 같긴 하네요. ㅎ

그런데 망제와 두견화 설화의 그 망제는, 그 설화가 (유방이 세운) 한 나라 초반에 쓰여진 사마천의 '사기'에도 실려 있다니, 춘추전국시대 촉 땅의 왕이었던 것 같아요. 삼국지는 한이 망하고 나서의 이야기잖아요.

 

 

언덕에서 (2015.6.16)

 

심재휘 시인의 평가는 모든 한국인의 느낌을 대변한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한국어로 표현된 시가 영미권의 언어로 번역될 때 행간에 흐르는 정한을 제대로 번역할 수 없기에 미당과 같은 위대한 시인의 시는 전세계 공동의 자산이 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언덕에서 (2015.6.16)

 

그리고 노루님의 지적이 맞습니다.

전국시대의 주요 제후국은 일곱 국가인 진(秦)ㆍ조(赵)ㆍ위(魏)ㆍ한(韩)ㆍ제(齐)ㆍ연(燕)ㆍ초(楚)가 전국칠웅(战国七雄)이었고, 그보다 앞선 춘추시대는 노(魯)·송(宋)·연(燕)·오(吳)·월(越)·위(衛)·정(鄭)·제(齊)·진(晉)·진(陳)·진(秦)·채(蔡)·초(楚) 등이 주요 제후국이었습니다.

춘추시대에 스촨 지방에 파(巴)나라, 촉(蜀)나라라고 하는 아주 작은 소국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 지방 소국이 겨우 명맥을 이어오다가 한나라 이후 삼국시대에 유비에게 병합되었고 이것이 지금까지 우리에게 알려진 '촉'나라와 다른 또 다른 촉나라로 판단됩니다.

그러니까 귀촉도 전설의 망제 두우는 춘추시대의 인물일 것이고 사기에 실린 내용도 그런 연유에서 일 것입니다.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노루 (2015.6.16)

 

언덕에서님 덕분에 저도 궁금증을 조금 풀었네요.

저도 전국시대의 나라 이름 중에 촉(Shu)이 안 보여서 스촨 지역에 있던 나라는 다른 이름의 나라였어도 촉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조금 전에 'google'해보니, 정리가 좀 되네요. 무엇보다도 제가 궁금해 했던 거지만, 저 같은 사람을 위해서, 일부 인용해 보겠습니다.

 

"This independent Shu state was conquered by the state of Qin in 316 BC

 

"In subsequent periods in Chinese history the Sichuan area continued to be referred to as Shu after this ancient state, and later states founded in the same region were also called Shu.

 

"Written accounts of Shu are largely a mixture of mythological stories and historical legends found in local annals and miscellaneous notes. There are a few names of semi-legendary kings, such as Cancong(蠶叢, meaning "silkworm-bush", later claimed to be founder of silkworm cultivation in Sichuan), Boguan(柏灌, "cypress-irrigator"), Yufu(魚鳧, "cormorant"), and Duyu(杜宇, "cuckoo"). According to Chronicles of Huayang, (...) Duyu taught the people agriculture and transformed into a cuckoo after his dea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