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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사임당에 추대된 허윤정 시인

by 답설재 2012. 5. 19.

 어느 전철역에서 허윤정 시인의 「노을에게」라는 시를 보셨습니까?

 

  「노을에게」(시 읽기) 바로가기  ☞ https://blueletter01.tistory.com/7637909

 

 

 

 

그 시를 지은 허윤정 시인이 한국주부클럽연합회로부터 제44대 사임당에 추대되어 지난 17일 오후 남산 한옥마을에서 기념행사를 가졌습니다. 현모양처의 전형, 율곡의 어머니, 시·서·화(詩書畵)에 능한 예술가, 5만원권 지폐에 초상화가 그려진 인물 신사임당, 그의 정신과 행실, 업적을 기리고자 하는 이런 행사가 44년째 이어오고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이 '컨트리보이'는 허구한 날 남의 결혼식장에는 가보았지만, 그런 행사에서는 어떻게 축하하는지 그걸 알 수가 없어서 과자 한 박스를 사가지고 갔습니다.

 

그날 오전에는 내내 비가 오고 천둥소리까지 들려서 우산을 쓰고 나섰는데, 충무로역에 내려서 지상으로 올라가자 햇볕이 쨍쨍한, 화창한 날씨였습니다.

남산골한옥마을 입구에서 뭔가 판단을 잘못한 걸 깨달았습니다.

'아하, 허윤정 사임당 가족을 만나기는 틀렸구나! 그럼 이 과자를 어떻게 하지?'

한옥마을 마당에는 문예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이 와글와글했고, 이미 무수한 여성들이 모인 가운데(물론 남성도 좀 있긴 했지만)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식전행사였습니다.

 

 

 

 

 

 

 

 

역대 사임당이 들어오고 그 뒤를 이어 새로 사임당에 추대된 허윤정 시인이 활옷을 입고 들어왔으며, 다시 그 뒤를 이어 허윤정 사임당 가족이 들어왔습니다.  아!  머리가 벗어진, 고개를 숙인 채 들어오고 있는 저 분이 허윤정 시인의 부군 정태범 선생입니다. 정태범 선생은 예전에 문교부 편수국장을 지낸 분이므로, 함께 근무한 것은 아니고 저는 훨씬 그 후에 편수관으로 들어가 근무했지만 인연이 깊다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저분은 일본인들이 우리 역사를 왜곡한 교과서를 만드는데 대해 항의하게 하여 사과와 반성을 받아냈고 그 일을 계기로 독립기념관이 건립되기도 했으며,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현장교원 교육을 KBS TV를 통해 실시했습니다. 또 한국교원대학교 설립에 큰 기여를 했고, 후에 그 대학에서 교수로 지내기도 했습니다.  저분은 우리 한국교육과정교과서연구회 회장을 "딱 한 차례" 역임한 후(저는 이 '딱 한 차례'를 매우 좋아합니다. 이곳저곳에서 이 연임 때문에 얼마나…… 세상은 '나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지천이지만, 나 아니어도 할 만한 사람은 얼마든지 있어서 그야말로 지천이지요.) 지금은 고문으로 있는데, 올해 우리 회에서 <자랑스런 편수인상>을 수여한 일을 너무나 감격스러워하였습니다. 하기사 그 상은 지난해에는 고 최현배 선생에게 드렸고, 올해 그 상을 받았으니 그만큼 감격스러운 일이긴 할 것입니다.

 

「'노을'의 시인 허윤정님과 부군 정태범 교수님」 바로가기

    ☞  https://blueletter01.tistory.com/7637997

 

 

 

 

 

 

 

 

바로 위 사진은, 대한주부클럽회장이 인삿말을 하는 장면입니다. 왼쪽에 여성가족부장관도 앉아 있고, 이 앞쪽으로 고운 한복을 입은 여성들은 허윤정 시인과 함께 문학 활동을 하는 분들이라는 소개가 있었습니다.  회장은 인삿말을 하며 "이제는 여성이 남성을 끌어안고 가야 한다" "이제는 문화가 정치, 경제를 눌러야 한다"고 하여 박수를 받았습니다.

 

정태범 선생은 수상자의 부군으로서 인사를 했는데, 자신이 지나온 길, 부인의 눈물겨운 삶을 소개하여 청중을 숙연하게 했습니다. 따지고보면 그렇게 눈물겨운 삶을 살아온 사람이 한둘이 아니겠지만, 그런 이야기를 만천하에 공개할 수 있는 정태범 선생은 행복하고도 훌륭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며 그러므로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분은 인삿말 끝에 "내 아내가 이 상을 받은 것은 내 덕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이제 더욱 엄처시하에 살게 되었다"는 말을 하여 모두 즐거운 느낌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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