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코펜하겐의 '인어공주'가 '난생 처음' 해외 나들이를 했답니다.
자의로 하는 여행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인어공주 동화로 유명한 동화작가 안데르센을 기리기 위해 1913년 조각가 에드바드 에릭슨이 만들어 코펜하겐 항에 세운 이래 줄곧 그 바위 위에 앉아서 매년 100만명의 관람객을 맞이했다지 않습니까?
"와! 97년 만에 처음 하는 여행!" 할 수도 있겠지만, 그 97년 동안 그렇게 앉아 있는 것에 익숙해졌지 않았겠습니까?
아이들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나중에 덴마크에 가면 인어공주를 만나봐야지!'
그렇게 꿈을 키워 가는 게 더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그 인어공주 여기로 데리고 와 봐!"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이 꿈을 그대로 두는 것만 못한 것 아닐까요?
세상에는 돈으로 해결해버리는 일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게 서글퍼 하는 말입니다.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덴마크 코펜하겐시에서도 어떤 공무원들은 이 조각상의 해외 나들이를 반대했지만 결국 내년 5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상하이 엑스포에 출품하기로 결정했고, 이미 저렇게 옮겨버렸으니까요.
조각품인데 뭘 그러느냐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로뎅의 작품들이 우리나라에도 오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런 조각품이야 옮겨가며 본다는 걸 전제로 만들어지는 것 아닙니까?
그에 비해 저 인어공주는 비교적 작은 조각품(높이 1.65미터)이라 하더라도 그 바위 위에 앉혀놓는 걸 전제로 만들어진 것 아닙니까?
어쨌든 돈으로 번쩍 들어나르는 걸 찬성하기가 어렵습니다.
아이들의 꿈 때문입니다.
저 인어공주가 다시 돌아갈 때까지 덴마크를 찾는 어린이들은 코펜하겐항에 그 인어공주상이 없다는 걸 알면 얼마나 실망스러울까, 그것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가능하면, 시장이 나가서 일일이 미안하게 되었다고 사과라도 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나는 지금까지 어린이 세계지도를 그릴 때 미국에는 '자유의 여신상', 프랑스에는 '에펠탑', 이탈리아에는 옛 '원형 경기장'을 그려넣듯이 덴마크 지도에는 꼭 저 인어공주상을 그려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앞으로는 그 덴마크라는 나라는 빈칸으로 남겨두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무슨 이유를 대고서 자리를 비우는 공주님을 우리가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자리를 비우고 다른 곳으로도 가버리는 '공주님'을 그 나라를 상징하는 것으로 이야기하기는 매우 난처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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