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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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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그만 일어나라!

by 답설재 2010. 9. 13.

얘들아!

공부시간에 그렇게('버젓이' '드러내놓고') 잔다는 게 말이 되니?

우리나라 교육지표가 세계 2위란 기사를 본 게 엊그제 같은데, 너희들이 그렇게 하면 그 2위가 무슨 소용이겠니.

 

지난 8월 주간지 뉴스위크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나라’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종합 15위를 기록했고, 그것도 교육과 경제적 역동성 부문은 각각 세계 2위와 3위에 올랐다는 거야.

이 조사는 “지금 이 순간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면 건강하고 안전하며 적절히 부유하고 신분상승이 가능한 삶을 영위할 기회가 많을까”란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교육 ∙건강 ∙삶의 질 ∙경제적 역동성 ∙정치적 환경 등 다섯 가지 지표로 비교 평가했고, 우리나라가 96.72점을 얻은 교육부문 평가지표는 바로 ‘읽고 쓸 수 있는 능력’과 ‘평균 교육기간’이었는데, 최근 교육에 관한 한 지구상의 그 어떤 조사연구에서도 1위를 놓치지 않는 핀란드에 이어 우리나라가 2위를 차지한 거야.

기사에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의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교육투자가 큰 몫”을 했고, “교육의 질과 학생들의 열정으로 유명한 나라”이며, “학생들이 대학을 마칠 가능성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드는 나라” “학부모들은 자녀의 입시준비에 거액을 쓰는 관행으로 잘 알려져 있는 나라”라는 설명까지 붙어 있단다.

 

 

 

조선일보, 2010.9.6. A1면.

 

 

조선일보, 2010.9.6. A6면.

 

 

얘들아, 너희들도 들어봤지?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하늘을 찌른다는 얘기.

 

그것뿐이겠니.

물질적으로는 교육환경이 우리나라보다 더 나은 나라가 이 지구 상에 도대체 몇 나라나 되겠니.

 

선생님들의 수준? 그것도 그래. 우리나라에서 교사가 되려면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해야 하는지, 시험은 몇 가지를 통과해야 하는지 너희들도 대충은 알고 있을 걸. 한 가지 예를 들고 싶어. 난 말이야, 지금까지 교육과정 개정에 따라 '교육과정 해설'이라는 책을 집필하기도 하고, 직접 그 책을 만들기도 하고, 그 내용을 묻는 사람에게 설명하고 심지어 강의도 했지만, 교사 발령을 받은 분이 그 책을 여덟 번 심지어 열 번을 읽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나 같으면 그렇게는 도저히 못하겠다. 그 시험에 합격하기가 어렵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야. 그분들은 그걸 모조리 암기할 정도로 공부한 거야.

 

그렇다면, 얘들아.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러니, 응?

뭐가 부족한 거니? 부족한 게 아니라면 뭐가 잘못된 거니?

 

어쨌든 그만 일어나야 하지 않겠니?

 

누가 얘들 좀 일어나게 해주세요.

이런 사진 보면서도 속이 타지 않습니까?

잠이라면 차라리 자리에 편안하게 누워 실컷 제대로 실컷 자는 게 더 좋지 않겠습니까, 그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하루 24시간은 이 나라 아이들에게도 다른 나라 아이들에게도 다 마찬가진데, 이 나라 아이들은 저렇게 새우잠이나 자면서 제대로 놀지도 않고 지내고, 다른 나라 아이들은 다 같은 공부를 하면서 실컷 놀고 실컷 자면서 자라면, 그러면

나중에 최종적으로는 누가 이기겠습니까?

저는 저렇게 새우잠을 자는 우리 아이들이 이길 것이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그러면 누군가가 나서서 저걸 말려야 할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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