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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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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안하는 연습은 노동

by 답설재 2010. 10. 20.

 

 

 

"생각 안하는 연습은 노동"

 

 

 

  SK가 2010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어느 신문은 한 면 가득하게 "용이 승천하는 사이… 사자는 끝내 깨어나지 않았다"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작은 제목들은 '김성근 감독 지독한 훈련… SK 준비된 우승' '생각 안하는 연습은 노동' '꼼꼼한 정보 분석도 한몫' 등이었습니다.

  '생각 안하는 연습은 노동'……

  정말 그렇지 않겠습니까? '노동'이라고 표현된 그 말의 개념을 '단순노동', 아무런 생각 없이 수없는 몸놀림만 되풀이해야 하는, 생각을 하며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아무리 많은 보수를 준다 해도 지겨워서 못하겠다고 할 단순노동쯤으로 해석한다면.

  기사 중에서 한 부분을 옮겨보겠습니다.1

 

  SK는 역시 강했다. 플레이오프 혈전을 치르며 체력을 소진한 삼성은 경험 부족까지 절감하며 SK를 상대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SK가 2000년대 후반 최강팀으로 군림하게 된 원동력은 김성근 감독의 지독한 훈련 덕분이다.

  SK 선수들에게 훈련은 곧 생활이다. 다른 팀 선수들이 푹 쉬는 월요일에도 SK 선수들은 방망이와 글러브를 잡는다. 경기 당일 특별 타격훈련엔 주전과 비주전의 차이가 없다.

  ■ 생각하는 훈련에 치밀한 분석까지

  김성근 감독은 "다른 팀도 훈련은 하지만 연습에도 종류가 있다. 막무가내로 하는 훈련은 노동이고, 생각하면서 하는 훈련은 일이다. 우리 선수들은 노동이 아닌 일을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생각하면서 하는 훈련이 경기 도중에 완벽한 역할 분담과 작전 수행 능력으로 이어진다는 게 김성근 감독의 자랑이다. 여기에 치밀한 분석 능력도 SK를 더욱 강한 팀으로 만들었다. 삼성 박한이는 한국시리즈 인천 1,2차전을 마치고 "분명히 안타가 될 타구인데 어느새 외야수가 딱 그 자리에 서 있더라. 내 타구 방향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후략)…

 

  '생각 안하는 연습은 노동'……

  그 부분을 보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지금 공부를 그렇게 하고 있는 게 아닐까, 단순노동처럼, 아무 생각없이 그렇게 앉아서 하루 종일 교사나 강사의 설명을 듣고, 답을 암기하고, 문제풀이에나 익숙해져야 하고……

  다른 나라 아이들은 활동 중심 수업을 받고 있는 사이에…… 창의력, 문제해결력, 사고력을 동원하는 수업을 받는 동안에……

  '자기주도학습'이라는 말까지 남(학원강사, 엄마 등)에게 맡기고…… 맡겨야 하는 신세가 되어…… 그러니까 자기주도적으로 무얼 생각할 아무런 필요도 없는 신세가 되어……

 

  제가 퇴임한 2010년 봄부터는 우리 교육 현장이 너무도 많이 달라졌는데도 아무것도 모른 채 병석에서 참 어처구니없는 생각만 하고 있다면 차라리 좋을 것입니다.

 

 

  1. 조선일보, 2010.10.20, A28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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