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18 인연-영혼 가을이 가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다시 올 가을, 끊임없이 반복될 가을입니다. 2012년 가을, 혹은 마지막 가을일 수도 있습니다. 나로 말하면 그 어떤 가을도 다 괜찮고 고맙고 좋은 가을입니다. 아무리 찬란한 가을도, 바람에 휩쓸려가는 낙엽 소리가 들리면 쓸쓸해지고, 골목길 조용한 곳에 모여 있는 낙엽을 보면 더 쓸쓸해집니다. 이듬해 가을이 올 때까지는 설명이 필요없게 됩니다. 이 가을에 37년 전 어느 교실에서, 내가 그 학교를 예상보다 일찍 떠나는 섭섭한 일로 겨우 5, 6개월? 날마다 나를 바라보던 한 여학생, 그 여학생이 어른이 되어 낳은 아이가 나를 찾아왔습니다. 그 아이는 나를 만나는 순간에 할 인사를 애써서 연습했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그랬는지, 인사는 나누었는데 생각이 나지 않습.. 2012. 11. 10. 작가가 된 종란을 위해 월간 『한국수필』 7월호 갈피에 편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연두색 종이여서 눈에 띄었으므로 편지부터 읽었습니다. 편지조차 공개하면 그는 일단 놀라워할 것 같고, 이렇게 하는 게 맘에 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나로서는 이것 저것 따질 형편이 아닙니다. 나이대로라면 "아직 새파란 주제에……" 꼴 같지 않다고 여길 사람도 많겠지만, 나로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더구나 이건 뭐라고 할까, 약속 같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로서는 이 편지를 다 읽었다고 버릴 수 없고, 그렇다고 어디 넣어서 끌어안고 다닐 수도 없고, 잘 보관한다고 해봤자 별 수 없다는 건 얼마든지 있었던 일이고, 여기 실어두면 안전할 뿐만 아니라 무슨 증거 같은 것이 되어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 그가 작.. 2012. 7. 19. 글 쓰는 여우 Ⅱ 지난번 글 「거짓말을 자꾸 하면」은 거짓말에 대해 크게 느낀 바가 있어서 쓴 글이었습니다. 거짓말을 밥먹듯하는 사람을 보면 어느새 자신마저 그 거짓말에 물이 흠뻑 들어서 스스로 거짓말을 하는 줄도 모르게 된다는 것이며, 드디어 아주 신이 나서 그 거짓말을 점점 더 보기좋게(듣기 좋게) 각색하게 됨으로써 망나니이면서도 착한 사람 행세를 하고, 불효막심한 녀석이면서도 효자노릇은 독판 한 것으로 내세우며 다닌다는 걸 고발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 그런데 이것 좀 보십시오! 그 글을 읽은 제자 한 명이 저에게 거짓말 좀 하겠다며 저를 보고 40년 전 그 눈빛과 지금의 눈빛이 너무나 같고 단지 옷차림과 머리색이 조금 바뀌었을 뿐이라는 거짓말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래, 자신은 얼굴 까만 10살 소녀이고, 저는 ‘20.. 2012. 7. 2. 나에게 나이 한 살을 보내준 사람 나에게 나이 한 살을 보내준 사람 Ⅰ 임진년(壬辰年)이 되었습니다. 또 한 살을 더하게 되었습니다. 좋아할 사람도 있겠지만 마음이 무겁습니다. 워낙 공평한 일이고, 불평할 일도 아니긴 합니다. 그럼 "이제 몇 살이냐?"고 물으면 어떤 숙녀분들처럼 그건 비밀이라며 능청을 떨고 .. 2012. 1. 24. 사랑하는 내 제자 사랑하는 내 제자 ♣ 맨 처음 6학년을 맡아 아이들(?)을 졸업시킨 것은 1971년입니다. 그 중에는 1969년에 교사가 되어 막바로 담임한 아이, 1970년에 연이어 담임한 아이도 있었으나까 내리 3년을 제게서 배운 불행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의 나이는 지금 대개 50을 훨씬 넘었습니다. .. 2011. 11. 10. 나를 곤혼스럽게 하는 '글 쓰는 여우' 나를 곤혹스럽게 하는 '글 쓰는 여우' 수필 한 편. 『한국수필』 제197회 신인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동안 몇 번이나 미소를 지었습니다. 다 읽고 나서도 빙그레 웃고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땐가, '수필이란 소리없이 미소지으며 읽을 수 있는 글'이라고 정의한 어느 수필가의 .. 2011. 8. 17.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