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5 내가 듣는 것들 소식 없다고 서운했겠지. 다시 올 수 없는 날들의 일이야. 저기 있을 땐 음악을 들어. 여기 있을 땐 책을 '듣고'. 그것뿐이야. 다른 일은 없어.저기 있을 땐 또 생각하지. 여기선 음악을 '듣고' 거기 가면 책을 듣는다고. 다른 일은 없어. 세상의 일도 내 일도 나의 것이 아니야. 음악은 왜 들어? 책은 왜 들어? 그렇게 물으면, 둘 다 같은 거야. 음악은 지금의 나와 지난날들, 더러 앞으로의 내가 이리저리 떠오르는 것이고, 책은 구체적이어서 '그래, 세상에는 그런 일이 있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 그래,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지......' 그 정도야.결국은 같은 거야. 둘 다 듣고 나면 그만이야. 그것들은 다 '순간'이야. 앞으로도 소식 없을 거야. 나로서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어. 2024. 5. 10. "좋은 아침" 아파트 앞을 내려가는 사람들을 내려다본 아침에 나는 직장에 다닐 때의 아침을 생각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그렇게 인사하는 사람도 있었다. 좋은 아침. 어제와 같으면 내겐 좋은 아침이다. 모든 것은 흘러가서 어제와 같을 리 없지만 그렇게 창문을 내다보는 아침에 나는 일쑤 어제 아침과 같은 아침이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좋은 아침이라는 단순한 행복감을 느낀다. 그렇지만 '좋은 아침'이던 그 아침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그게 아쉽다. 막막하다. 2023. 3. 29. 마리안의 행복한 일상 마리안은 아들과 같이 산다. 화요일 아침 7시에 마리안은 아들에게 일어나서 학교 갈 시간이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아들이 징징거렸다. "학교 가기 싫어요. 선생님들도 싫고, 구내식당 음식은 형편없고 학생들은 유치하고 비열하게 군다고요." 이 말을 들은 마리안이 말했다. "그래도 가야 해. 네가 교장이잖니." 버나드 오티스 지음 《품위 있게 나이 드는 법》(박선령 옮김, 검둥소, 2020, 79~80) 2021. 1. 2. 하루 하루 하루 하루 2018.11.12. 2019년 1월 20일(일요일). 흐림. 저녁에 양치질을 하며 양치질을 참 자주도 하는구나, 오늘은 양치질 말고 무얼 했는가 싶었습니다. 이불을 펼 때는 하루 전에 이불을 폈던 일이 잠시 전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러다가 아무래도 곧 봄이 오고야 말 것 같아서 초조하기도 .. 2019. 1. 21. '일상(日常)' '일상(日常)' (…) 얼음같이 차가운 물에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손을 담그고 소다 비누로 씻어내는 통에 난생 처음 동상에 걸리기도 했다. 개인이 구입해야 하는 구두는 지독히도 발가락을 죄었다. 모든 유니폼이 그렇지만 교육생 유니폼은 개인의 정체성을 잠식했으며, 치마 주름을 다리고.. 2017. 12. 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