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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열선전6

향기로운 구익부인 제(齊) 나라 구익부인(鉤翼夫人) 조(趙)씨는 아리땁고 가녀린 미인으로 청정함을 좋아했는데 6년 동안 앓아누운 뒤 오른쪽 손이 오그라들었고 음식도 조금밖에 먹지 못했다. 그때 망기술사(望氣術師)가 "동북에 귀인의 기운이 있다"고 해서 조정에서 수소문하여 그녀를 찾아냈다. 무제(武帝)가 그녀의 손을 펴보았더니 옥으로 만든 대구(帶鉤) 하나가 들어 있었고 오그라졌던 그 손이 저절로 펴졌다. 무제가 그녀를 총애하여 소제(昭帝)를 낳았지만 나중에는 권력 문제로 그녀를 살해하고 말았는데 입관한 시체가 차가워지지 않고 한 달 동안 향기가 났다. 마침내 소제가 즉위하여 다시 그녀를 매장하려 했지만 관 속에는 명주 신발만 남아 있었다. 신선 이야기 《열선전 列仙傳》에서 봤습니다(유향 지음, 김장환 옮김, 지식을만드는지.. 2024. 3. 17.
만남과 헤어짐 : 수양공과 경제 위군(魏郡) 사람 수양공(脩羊公)은 화음산(華陰山) 위 석실에서 살았는데 그가 돌 침상에 누우면 돌이 푹신하게 들어갔다. 그는 식사도 거의 하지 않았고 때때로 황정(黃精)을 캐어 먹었다. 경제(景帝)가 그의 도술을 배우고 싶어서 그에게 벼슬을 주고 예우하여 왕족의 저택에 머물게 했는데 몇 년이 지나도록 도술을 얻을 수 없자 조서를 내려 "수양공은 어느 날 떠날 수 있는가?" 하고 물었다. 수양공은 사자의 전언(傳言)이 끝나기도 전에 침상 위에서 흰 양으로 변했는데 그 옆구리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수양공이 전하께 하직을 고합니다." 멋진 수양공, 그리운 신선, 살고 싶은 대로 살다가 홀연히 떠날 수 있는 신선에게 무슨 허물을 말하겠습니까. 신선 이야기 《열선전 列仙傳》(유향 지음, 김장환 옮김, 지식을.. 2023. 11. 23.
자유자재로 살아가는 신선 '독자(犢子)' 업(鄴) 땅 사람 독자(犢子)는 젊을 때 흑산(黑山)에서 송실(松實)과 복령(茯苓)을 먹었다. 그는 수백 년 동안 어떤 때는 장년으로, 어떤 때는 노년으로, 또 어떤 때는 미남으로, 어떤 때는 추남으로 보여 사람들이 그가 선인임을 알았다. 독자는 늘 양도(陽都)의 주점에 들렀는데, 양도의 딸은 좌우 눈썹이 자라 맞붙고 귀가 가늘고 길어서 사람들이 기이하게 여겨 "천상의 인물"이라고 했다. 독자가 마침 누런 송아지 한 마리를 끌고 주막에 들렀을 때 양도의 딸이 보고 좋아하여 머무르게 하고 받들어 모셨다. 어느 날, 그들은 복숭아와 오얏을 가지러 나갔다가 하룻밤을 자고 돌아왔는데, 그 과일은 껍질까지 달고 맛있었다. 다음에는 마을 사람들이 그들의 뒤를 밟았지만, 그들이 문을 나서 송아지 귀를 끌고 걸어갔는데.. 2023. 9. 14.
봉황을 따라 날아가버린 소사 부부 진(秦) 나라 목공(穆公)은 딸 농옥(弄玉)이 퉁소를 잘 불어 뜰에 공작과 백학을 불러들이는 소사(蕭史)를 좋아하자 그에게 시집을 보냈다. 소사는 날마다 농옥에게 퉁소로 봉황 울음소리 내는 방법을 가르쳐 몇 년 후에는 봉황이 그 집 지붕에 날아와 머물게 되었다. 목공이 그들을 위해 봉대(鳳臺)를 지어주자 부부는 그 위에 머물러 몇 년 동안 내려오지 않다가 어느 날 봉황을 따라 함께 날아가 버렸다. 신선 이야기《열선전》에 나오는 이야기. 봉황을 따라 그렇게 날아가며 소사는 얼마나 좋았을까, 농옥은 또 얼마나 행복했을까? 골똘하면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고 신선이 될 수 있었을까? 마음과 몸에 상처가 많으면 길을 보고도 그렇게 할 수가 없었겠지? 날아갈 수 없으면 동전 한 닢을 가지고 강물 따라 가게 되.. 2023. 8. 31.
천여 마리 닭에게 이름을 붙여준 축계옹 낙양 사람 축계옹(祝鷄翁)은 시향(尸鄕) 북산 기슭에 살면서 100여 년 동안 닭을 길렀는데, 그 닭들이 저녁에는 나무 위에 홰를 틀게 하고 낮에는 놓아길렀습니다. 그는 천여 마리나 되는 닭에게 모두 이름을 붙여주었는데 어떤 한 마리를 부르면 그 닭이 즉시 달려왔습니다. 그는 또 닭과 달걀을 팔아 천여만 냥을 벌었지만 문득 돈을 그대로 두고 오(吳) 나라로 가서 양어장을 만들었고, 그 후 오산(吳山)으로 올라갔는데 그의 곁에는 항상 백학, 공작 수백 마리가 머물렀다고 합니다. 신선 설화집 《열선전》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십 년쯤 담임을 했는데(또 20년쯤은 교육행정) 이름 때문에 해마다 고생을 했습니다. 아이들 이름 외우기가 그렇게 어려웠습니다. 수업 중에 내가 부르고 싶은 아이를 바라보며 이름이 생.. 2023. 7. 26.
선대가 쌓은 재앙으로 뱀을 배설한 하간왕 옛이야기 좋아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전에는 '옛이야기' 하면 "에이~!" 해버렸는데 이것도 늙어서일까요? 괜찮아졌거든요. 하간(河間) 사람 현속(玄俗)은 파두(巴豆)를 먹으며 성시(城市)에서 약을 팔아 생활했다. 그는 환약(丸藥) 일곱 알에 1전을 받았는데 온갖 병을 낫게 했다. 하간왕이 괴밸병을 앓다가 그 약을 먹고 뱀 10여 마리를 배설하고 나서 약의 효능에 대해 물었다. "왕의 괴밸병은 6대째 쌓인 재앙으로 그것을 배설하게 된 것은 왕께서 초래한 바가 아닙니다. 왕께서 일찍이 사냥을 하시다가 새끼 달린 사슴을 놓아준 적이 있는데 사실은 기린의 어미였습니다. 왕의 그 인자하신 마음이 하늘을 감동시켰기 때문에 당연히 저를 만나시게 된 것입니다." 왕궁의 늙은 사인도 왕에게 아뢰었다. "저의 부친의 세대에.. 2023. 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