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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선대가 쌓은 재앙으로 뱀을 배설한 하간왕

by 답설재 2023. 7. 20.

 

 

 

옛이야기 좋아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전에는 '옛이야기' 하면 "에이~!" 해버렸는데 이것도 늙어서일까요? 괜찮아졌거든요.

 

 

하간(河間) 사람 현속(玄俗)은 파두(巴豆)를 먹으며 성시(城市)에서 약을 팔아 생활했다. 그는 환약(丸藥) 일곱 알에 1전을 받았는데 온갖 병을 낫게 했다.

하간왕이 괴밸병을 앓다가 그 약을 먹고 뱀 10여 마리를 배설하고 나서 약의 효능에 대해 물었다.

"왕의 괴밸병은 6대째 쌓인 재앙으로 그것을 배설하게 된 것은 왕께서 초래한 바가 아닙니다. 왕께서 일찍이 사냥을 하시다가 새끼 달린 사슴을 놓아준 적이 있는데 사실은 기린의 어미였습니다. 왕의 그 인자하신 마음이 하늘을 감동시켰기 때문에 당연히 저를 만나시게 된 것입니다."

왕궁의 늙은 사인도 왕에게 아뢰었다. "저의 부친의 세대에 현속을 본 적이 있었는데 현속의 몸에는 그림자가 없습니다."

하간왕이 현속을 불러 햇빛 아래에서 살펴보았더니 과연 그림자가 없었다. 하간왕이 딸을 그에게 시집보내려 하자, 현속은 밤에 도망쳐 버렸다. 후세 사람들이 상산(常山) 아래에서 그를 보았다.

 

 

신선 설화집 《열선전》에서 본 얘기인데 이런 얘기 70편이 실려 있었고요.

중국의 신선 설화(혹은 신선 전기) 저술은 한대에 시작되어 남북조, 수당오대, 송, 원, 명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이어졌고 한대에는 34명, 25명 정도가 등재되었으나 송대의 《삼동군선록(三洞羣仙錄)》에는 1054명, 원대의 《역대진선체도통감(歷代眞仙體道通鑑)》에는 923명, 명대의 《열선통기(列仙通紀)》에는 887명, 《열선전전(列仙全傳)》에는 581명의 신선 얘기가 등재되어 있다니까 옛날에는 신선이 엄청나게 많았던 것 같습니다.

 

70명이 실린 《열선전》을 봤더니 신선들은 무슨 식물 뿌리 혹은 열매를 먹거나 광물 삶은 물을 마시고 수백 년 심지어 800년을 산 경우도 있었다는데, 그런 식물이나 광물이 뭔지 알아볼 수도 있지만 몇 백 년, 그렇게 오래 살아서 정말이지 무슨 꼴을 더 보겠나 싶어서 아예 생각조차 하기 싫었습니다.

그보다는 저 얘기 속 선인 현속이나 하간왕의 행적이 솔깃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