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
김지선 옮김, 뜨인돌 2022(개정판)
책
이 세상 모든 책들이
그대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아
하지만 가만히 알려주지
그대 자신 속으로 돌아가는 길
그대에게 필요한 건 모두 거기에 있지
해와 달과 별
그대가 찾던 빛은
그대 자신 속에 깃들어있으니
그대가 오랫동안 책 속에 파묻혀
구하던 지혜
펼치는 곳마다 환히 빛나니
이제는 그대의 것이리
── 헤르만 헤세
책 속에 다 들어 있다고?
구하던 지혜가 빛나고 있다고?
나의 경우는 그렇진 않았다.
나는 헤세처럼 읽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책을 읽은 그 시간에 다른 일을 좀 더 했더라면, 유능한 사람을 만났더라면... 그런 생각을 하며 후회하거나 하진 않지만 책을 읽느라고 세상을 잊었으니... 그게 어떤 성격의 시간들이었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나는 바보일까?
한 보름, 이 책에 빠져 지냈다.
독서에 대하여 1
책의 마력
서재 대청소
소설 한 권을 읽다가
애독서
작가에 대하여
젊은 작가들에게 띄우는 편지
글쓰기와 글
........
이런 글 스물네 편이 실려 있다.
부록으로 주, 출처, 헤르만 헤세 연보가 있지만 '작가의 말'이나 편집후기 같은 건 없다. 그것도 괜찮다.
아름답고 단단하게 만든 책이다. 옛날에 서양에서는 소중한 책의 장정을 저렇게 했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읽은 것 같다.
내 불친 정바름 님 서평을 읽고 이 책을 알았다. 그분에게 고마워하며 읽었다. 참 좋은, 아마도 아름다운, 글도 엄청 잘 쓰는, 그분의 어머니 아버지와 '정답게' 지내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멋지게 할 젊은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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