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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알랭 드 보통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by 답설재 2023. 7. 11.

 

 

 

 

알랭 드 보통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박중서 옮김, 청미래 2011

 

 

 

책에 관해서만큼은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려는 의욕으로 필자를 소개하고 줄거리를 만들고 감상을 쓰는 건 아무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알랭 드 보통(무신론자)은 가톨릭을 중심으로 종교의 유용성을 제시하면서 무신론자들도 종교의 훌륭함을 염두에 두고 '새로움'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책 내용을 요약해 놓았다가 나중에 살펴볼 필요가 있을까?

그럴 필요가 있다면 내게 절실하게 다가오는 문제를 다룬 부분을 옮겨보는 것이 낫겠다.

우선 인간이 얼마나 비참해질 수 있는가에 대해 욥을 소개한다.

 

무신론자에게 가장 위안이 되는 구약성서의 내용은 바로 욥기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 책은 왜 착한 사람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는지 하는 테마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 욥기는 어떤 사건이 왜 하필이면 그렇게 발생했는지 우리로서는 알 길이 없다고, 또한 고통을 항상 처벌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또 우리는 수수께끼로 가득한 우주에서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욥이 아들 7명, 딸 3명, 양 7,000마리, 낙타 3,000마리, 수소 500마리, 나귀 500마리를 한꺼번에 다 잃고 그 자신도 병에 걸렸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로부터 온갖 이야기를 다 듣는다.

알랭 드 보통은 이렇게 설명한다.

 

과학이 우리에게 중요한 까닭은 우리가 세계의 일부분을 지배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가 '결코' 정통할 수 없는 것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마치 신앙인이 하느님을 매일 묵상하듯이, 1광년에 해당하는 9조5천억 킬로미터에 관해서 묵상하거나, 우리 은하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것들 가운데 가장 큰 별─ 지구에서 7,500광년 떨어져 있는 용골자리 에타 별은 크기가 태양의 400배이고 밝기는 400만 배에 달한다─의 광도에 관해서 묵상해야 하는 것이다. 또 우리의 달력에 가령 큰개자리에 있는 적색 초거성─지구에서 5,000광년 떨어져 있으며, 태양보다 2,100배나 더 크다─을 기리는 기념일을 만들어놓아야 한다. 밤이면 우리는 우리 은하에 속한 2,000억에서 4,000억 개에 달하는 별들이며, 우주에 속한 1,000억 개의 은하며, 3셉틸리언(10²⁴) 개의 별들을 관찰하기 위해서 침묵의 순간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과학에서 별들이 지닌 가치가 어떻든지 간에, 인류에게 별들은 우리의 과대망상이며 자기 연민이며 불안에 대한 해법 이상의 가치를 가지지는 못할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의 결론은 이렇다.

 

우리는 우리의 감각을 통해서 초월의 관념과 계속해서 접촉해야 하는 필요성에 답변하기 위해서, 공개적인 장소에 잘 보이도록 설치된 텔레비전 스크린 가운데 일정 수는 우주 망원경에서 수신된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중계해야 한다고 요구해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에야 우리의 좌절, 우리의 상심, 우리에게 전화하지 않은 사람을 향한 우리의 증오, 우리를 스쳐 지나간 기회에 대한 우리의 미련 같은 것들을 그런 우주의 이미지와 비교함으로써 위안을 얻을 수 있다. 가령 우리에게서 2,300만 광년 떨어진 큰곰자리 별자리의 왼쪽 아래 한구석에 앉아 있는 나선형 구조의 메시에 101과 같은 은하만 해도, 우리는 우리의 현재에 관해서는 전혀 알 수 없지만, 장엄한 모습으로, 위를 분열시키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 완전히 초연함으로써 오히려 우리에게 위안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실업가라면 과감하게 도전할 만한 제안도 여러 가지다. 나 같으면 알랭 드 보통을 자문역으로 불러보거나 그의 책들을 섭렵해 볼 것 같았다. 잘 하면 일론 머스크 정도의 부자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결국 다 쓸데없는 짓이긴 하지만...

 

우리의 필수품 가운데서도 가장 하찮은 것들(샴푸와 모이스처 로션, 파스타 소스와 선글라스 등)을 위해서는 최상급 브랜드가 대기하고 있는 반면, 우리의 본질적인 필요를 위해서는 외로운 개인의 비조직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관심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현대 세계의 이상하고 유감스러운 특징이다. 브랜딩, 그리고 그것에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품질 관리의 실제 효과를 보여주는 설득력 있는 사례를 찾는다면, 정신분석학이라는 이름의 파편화되고 고도로 변화무쌍한 분야와 가톨릭 신앙의 고백성사라는 이름의 우아하게 이루어지는 의식을 비교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