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립(사진) 《독도 KOREA》
천연색 240쪽 35,000원
동아지도 2023
내 친구 안동립이 또 일을 냈다.
독도 사진 찍은 것으로 책을 냈다.
요즘 그 친구가 운영하는 "동아지도"는 출판사 명목만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물어보지 않아도 뻔하다.
안동립의 책 내는 일이나 출판사 운영은 내 손바닥 안에 있다.
요즘 누가 지도나 지도책을 사나?
인터넷에 들어가면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게 지도인데?
직원이래야 본인 빼면 두 명이겠지? 물어볼 필요도 없다.
그러다가 18년간 독도를 드나들며 찍은 사진을 모아 책을 낸 것이다.
독도는 왜 그렇게 드나들었을까?
또 가고 또 가서 살펴보고, 새벽엔 어떤지 보고 밤중에는 어떤지 보고, 동물식물 광물 다 살펴보고, 이름 없는 돌섬에 처음으로 이름을 붙여 사람들로부터 질타나 당하고, 그런데도 또 마음을 가라앉혀 지형지물 다 살펴 지도를 그리고, 사진 찍어 광화문 같은 데서 무료 전시회 열고, 가수 친구 데리고 가서 감동받아 독도 노래 만들어 부르게 하고... 이런 사람이 어디 흔하겠나.
누가 부채질을 했겠지. 그러지 말고 책을 내보라고.
이 책을 낸 건 불난 집에 부채질일까, 기사회생의 계기가 될까?
그나저나 책이 좀 팔렸으면 정말 좋겠다.
그에게 남은 건 황소 같은 우직함뿐이다.
이 책의 판매량이 그 우직함에 대한 보상이라도 되면 정말 좋겠다.
내가 밥 한 번 얻어먹겠다고 하는 소리는 아니다.
그는 돈 좀 생기면 옛 유적 답사한다면서 사람들 이끌고 몽골로 어디로 돌아다닌다.
체면치레로 내게도 말은 하지만 나는 그 멀고 험한 곳에서 초상이나 치르게 할까 봐 아예 사절이다.
책은 과연 누가 살까?
지난번에 만나 가인쇄본 구경하고 나서 "이 책을 내는 데 도움을 주신 분들 명단은 300명이 넘겠는데, 이분들("미안합니다~")은 책 나오면 무료로 증정할 대상이죠? 뭐 하겠다고 이렇게나 실어 줍니까? 이렇게 당신 책 사 볼만한 사람은 공짜로 보게 하니까 도대체 누가 책을 사겠습니까?" 하고 언성을 높였더니 빙긋이 웃기만 했는데 내 말이 틀린 건 아닐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
책값은 맨 처음에는 50,000원으로 책정되었었다.
추진위원횐가 뭔가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정했다고 했다. 뭐 하는 위원횐지, 내가 당장 "아무리 독도 사진책이라도 나 같아도 50,000원 주고 사진 않겠다! 사람들이 다른 덴 팍팍 써도 책 살 땐 얼마나 짠지 아나? 당신은 출판사 사장이니까 나보다 잘 알 것 아니냐?" 화를 내다시피 했더니 그다음엔 35,000원이 되었는데, 내가 다시 전화를 해서 독자 대표나 된 양 "마지막으로 권고합니다. 25,000원입니다!" 하고 흥정하다시피 했고 그는 두말 않고 알겠다고 했었다. 그것도 일단 가슴 아픈 일이었다. 그런데 책을 보니까 정가가 35,000원이 아닌가!
이런 걸 배신이라고 하나?
35,000원... 참 애매한 가격이다.
어떻게 하겠는가. 천연색 사진책이고 보드라운 종이에 240쪽이나 되고 내 흥정(?)으로 50,000원과 25,000원의 딱 중간이 되었으니... 잘 팔렸으면 좋겠다.
충심으로, 안동립 선생이 이 책을 낸 것을 후회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진심이다.
'책 보기의 즐거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랭 드 보통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4) | 2023.07.11 |
---|---|
두려움 (0) | 2023.07.09 |
나이듦 : 알고자 하던 지성, 행하려던 의지가 부질없어 보인다 (1) | 2023.06.27 |
서책은 탐구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 (1) | 2023.06.25 |
서책끼리 주고 받는 대화 (1) | 2023.0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