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님이 두 팔을 벌렸다. 우베르티노는 사부님은 껴안으며 떨리는 소리로 울먹였다.
「잘 있게, 윌리엄. 그대는 광기의 용광로를 고아 먹은 듯한, 건방지기 짝이 없는 영국인이었네만, 마음은 늘 바로 쓸 줄 아는 참 좋은 사람이었네. 다시 만나게 되기는 될까?」
「다시 만나게 될 겁니다. 하느님도 그걸 바라실 테고요.」
사부님이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나 하느님은 그걸 바라시지 않았던 모양이다. 앞에서도 썼다시피 우베르티노는 그로부터 2년 뒤에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성미가 불칼 같고 젊은이 뺨치게 혈기방장한 이 노인의 인생은 이렇듯이 험한 모험의 가시밭길이었다. 어쩌면 우베르티노는 성인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 굳센 믿음의 값을 한 자리 성위(聖位)로 갚아 주실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내 나이 해마다 늘어 가고, 나 자신을 하느님 뜻에다 맡기고 보니, 알고자 하던 지성, 행하고자 하던 의지가 나날이 부질없어 보인다. 내가 알기로, 유일한 구원의 길은 믿음이다. 끈질기게 기다리되, 너무 많은 회의로 저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 것이야말로 구원으로 통하는 믿음의 길이 아니겠는가. 우베르티노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우리 주님의 피와 고통을 믿은 사람이었다.
나는, 지금은 물론이고 그때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다. 수수께끼 같은 노인 우베르티노는 그런 내 마음을 읽고, 언젠가는 사람들이 자기 마음을 알아줄 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나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다정하게 껴안아 주었다. 조부가 손자를 안은 듯한 다정한 포옹, 그러나 전날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힘없는 포옹이었다. 나도 같은 마음으로 그를 포옹했다. 포옹을 풀자 그는 (……)
움베르토 에코 장편소설 《장미의 이름》(이윤기 옮김, 열린책들 1994)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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