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선전(列仙傳)》에 나오는 노인 상중(湘中)은 상수(湘水)가 넘쳐서 군산(君山)이 물에 잠긴 것도 몰랐고, 황로(黃老 : 노자를 시조로 하는 학문) 책 읽는 재미에 빠졌다가 집으로 가는 파릉(巴陵) 길마저 잃어버렸다고 한다.
일본인들을 책을 많이들 읽는데 우리는 일 년에 단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많고, 그만큼 책 읽는 걸 싫어하고 아예 책 읽는 사람마저 싫어하는 사람도 여럿 봤다.
책을 읽지 않아도 좋지만, 어쩔 수 없지만 책 읽는 사람을 미워할 것까지는 없지 않을까 싶다.
책이 없으면 나는 오래전에 미쳤을 것 같다.
어떤 책을 좋아하는가.
특별하지는 않다. 어려운 것만 싫어한다. 몇 살 되지도 않은 작자가 도통한 사람처럼 가르치려 든 책도 혐오한다. 가령 몇 살 되지도 않은 작자가 특별한 경험도 없이 죽음에 대해 아는 척한 것은 미더울 수가 없다. 같잖다 싶다.
그런 것들이 아니면 다 좋다.
그러니까 읽다가 그만둔 책은 몇 권 되지 않는다.
세상에 책이 있긴 하지만 사정상 읽을 수 없다면?
그럼 산에 들어가 있어야 하겠지.
상중 노인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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