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양 사람 축계옹(祝鷄翁)은 시향(尸鄕) 북산 기슭에 살면서 100여 년 동안 닭을 길렀는데, 그 닭들이 저녁에는 나무 위에 홰를 틀게 하고 낮에는 놓아길렀습니다. 그는 천여 마리나 되는 닭에게 모두 이름을 붙여주었는데 어떤 한 마리를 부르면 그 닭이 즉시 달려왔습니다.
그는 또 닭과 달걀을 팔아 천여만 냥을 벌었지만 문득 돈을 그대로 두고 오(吳) 나라로 가서 양어장을 만들었고, 그 후 오산(吳山)으로 올라갔는데 그의 곁에는 항상 백학, 공작 수백 마리가 머물렀다고 합니다.
신선 설화집 《열선전》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십 년쯤 담임을 했는데(또 20년쯤은 교육행정) 이름 때문에 해마다 고생을 했습니다. 아이들 이름 외우기가 그렇게 어려웠습니다. 수업 중에 내가 부르고 싶은 아이를 바라보며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머뭇거리면 제 사정을 알아채고 얼른 "영철이요!" "순영이요!" 해주는 눈치 빠른 아이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선생을 하나 싶어서 개학(3월 2일) 이전에 명단을 들고 며칠간 웅변원고 외우듯 용을 썼는데 그렇게 해서 다 외우면 얼른 3월 2일이 되었으면 싶었고, 처음부터 출석부를 펴지도 않고 1번부터 65번까지 호명해 주면 아이들이 일제히 "우와~!" 해주어서 자신감을 가지고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이름 부르기는 이런 경우 말고도 거의 언제나 중요했습니다. 살아오면서 여러 차례 실감했습니다. 회의를 주재할 때는 이름을 들어놓고도 외우지 못해 쩔쩔 매기 일쑤였고, 이름을 잘 불러주어서 인기를 끄는 사람도 여럿 봤습니다.
그건 요즘도 그렇겠지요.
다 똑같이 생긴 듯한 천여 마리 닭에게 이름을 붙여 불러주었다니 축계옹은 정말 멋진 신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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