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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재미있는 어휘력 성장

by 답설재 2023. 8. 11.

이 사진, 희미해서 미안합니다

 

 

이리저리 TV 채널을 바꾸다가 '유퀴즈(유퀴즈 온 더 블럭)'에 멈췄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아직 식상하지 않습니다. '해결사'가 주제로 '문해력'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방송으로 가려는 순간, 흥미로운 차트가 보였습니다.

 

 

"자녀의 어휘력은?"

중학생 자녀에게 아래 상자에 담긴 단어의 뜻을 적게 해 보라.

세 단어 이상 정확한 뜻을 썼다면 평균 정도의 어휘력 수준인 셈이다.

상당수 중학생의 오답은 아래와 같다.

 

                                                                대관절 → 큰 관절

                                                                을씨년스럽다 → 욕??!

                                                                시나브로 → 신난다

                                                                개편하다 → 정말 편하다

                                                                오금 → 지하철역 이름

                                                                샌님 → 선생님의 줄임말

                                                                미덥다 → 믿음이 없다

 

 

이 프로그램은 아무리 전문가라도 혼자 이야기를 늘어놓도록 놔두지 않아서 역겹지 않습니다.

한글날만 되면 신문에 나는 이런 기사를 보면 해마다 틀에 박힌 내용을 싣고 있어서 '정말 그럴까? 아이들이 이런 엉뚱한 대답을 할까?' '눈길을 끌고 싶어서 기상천외한 걸 골라서 기사화한 것이겠지' '아이들이 다 그렇지, 자기네는 다 알고 태어났나?' 싶기도 했습니다.

나는 '나들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어서 그랬겠지만 '봄나들이'라는 단어를 보고 '봄나가 뭐지?' 했었습니다.

 

흔히 하는 얘기로는 우리나라는 한자 문화권이어서 한자를 배워야 어휘력이 잘 는다고 했습니다.

그렇겠지요. 그렇지만 우리나라나 중국, 일본에서 살면 어휘력도 좋고 시험도 잘 보고 하겠지만, 장차 영어권에 가서 살거나 스페인어권, 인도어권, 그리스어권, 아랍어권, 그린란드어권(?), 러시아어권(?) 혹은 화성... 에 가서 살게 되면 또 어떻게 하나,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그렇더라도 한번 늘어난 어휘력은 그 힘을 발휘한다고 또 다른 억지(혹은 궁색한) 주장을 하겠지만...

 

성장 과정에서는 누구나 헤매기 일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자라고 그렇게 자라서 다들 어휘력이 웬만큼은 되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되고 그러면 됐지, 뭘 그리 특별하게 생각할까 싶습니다.

오늘도 책을 읽다가 '에움길'이라는 단어가 나와서 '에워싸는 길인가?' 하고 검색해 봤더니 아, 이런! (반듯하지 않고 굽어 있는 길. 예 : 에움길을 돌아드니 산 아래 마을이 보였다.) 얼마나 좋은 말인지요. 잘 기억했다가 써먹어보면 좋겠는데 허구한 날 바라보는 아내에게 "에움길 어쩌고 저쩌고" 하면 '또 잘난 척하는구나' 할 것이 분명하고 그렇다고 일부러 누굴 좀 만나자고 하기도 그렇고, 그러니 이 말 써먹을 기회가 과연 몇 번이나 될는지...

 

내가 아직 교사라면 '유퀴즈'의 저 차트에서처럼 엉뚱한 해석을 하는 아이들을 보면 '그 참 재미있네!' 싶어서 "우리가 엉뚱한 해석을 하는 단어들을 찾아볼래?" 할 것 같아서 또 아이들이 그립습니다.

세월이 가서 일부는 나처럼 늙어가고 있는데도 나는 아직도 그들이 어느 교실에서 교과서를 펴놓고 공부를 하고 있을 듯한 착각을 하곤 합니다.

 

내 블로그에 자주 찾아오는 어느 분의 블로그를 찾아가 봤더니 거기에도 재미있는 파일이 보였습니다.

 

 

한 글자 지웠습니다. 굳이 알아내려고 하지 않기를...

 

 

"이런 못마땅한!" 그럴듯하네요. 많이 순화되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