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암기교육7

단편적 지식주입식교육, 백약이 무효? (2022.12.30) 우리 교육의 수준을 평가해보자고 하면 뭐라고들 할까? 교육부 직원이라면? 서슴없이 세계적 수준임을 얘기하고 싶을 것이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를 보여주면서 교육자라면 거의 누구나 부러워하는 핀란드와 수위를 다투어 왔다는 사실을 강조하겠지. 그러면 핀란드 학생들은 오후 3시까지만 공부하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은 11시까지 공부해야만 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주의할 것이 있다. 어느 해외 인사가 깜짝 놀라며 한국에선 세 시간만 공부하느냐고 문의한 일이 실제로 있었으니까 그 11시가 오후라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한다. 객쩍은 소리지만 하루가 학생들에게도 공평하게 24시간일 뿐인 사실은 다행스러운 일이 분명하다. 시간이 더 허용된다면 학생들은 더 고달픈 세월을 보내야 하리라. 그들의 하루하루는 .. 2022. 12. 30.
우산 받쳐주는 선생님 (2021.6.25. 수원일보) 3학년 아이들이 운동장 트랙을 달린다. 질서정연하다. 한 아이가 엎어지더니 일어나지 못한다. 선생님이 못 봤겠지? 한 바퀴 더 돈다. 엎어진 아이를 비켜서 달린다. 창문으로 내다보던 교장이 나가서 아이를 보건실까지 업어다 주었다. 오후에 선생님과 교장이 만났다. “잠깐 아이를 보건실에 데려다주시지 그랬어요?” “수업은 어떻게 하고요?” “애들도 이해해 주지 않겠어요?” “3학년이요? 당장 엉망이 되는데요? 스스로 일어나야지요!”… 선생님은 교장의 견해를 수용하려들지 않았다. 복음 얘기를 해보았다. “어떤 사람에게 양 백 마리가 있는데 그중 한 마리가 길을 잃으면 아흔아홉 마리를 산에 두고 가서 길 잃은 양을 찾지 않겠느냐고 했잖아요?” “그 한 마리는 죄인을 가리키는 것 같던데요? 그 애가 죄인인가요? .. 2021. 6. 25.
뇌세포를 학대하는 교육은 배임행위 뇌세포를 학대하는 교육은 배임행위 1 바로 아래층에 사는 대학생 K는 그 S대가 아닌 다른 S대 국문과 2학년입니다. 재수를 할 때도 희희낙락이었고 진학해서도 즐거움을 찾는 것이 최종 목적인 학생으로 지냅니다. 녀석도 별 수 없이 시험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었는데, 하루는 뭘 그렇게 .. 2017. 6. 25.
이세돌 Ⅱ : 서정적 대전평(大戰評) 3월 16일이면 한 달여가 지났는데 오래 전의 일 같습니다. 몇몇 신문의 지난 3월 16일 1면에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전(大戰)' 기사를 다시 보았습니다. "아빠는 슈퍼맨" "인간, 아름다운 패배" "'AI 넘는 인류' 새 숙제" "AI는 놀라웠고 인간은 위대했다" "아름다운 투혼" "인류의 미래에 '長考'를 남기다" "'신인종'이 온다" "감동을 준 패배" Ⅰ 여기에 옮겨놓지 못한 다른 신문, 다른 나라 신문들은 어떻게 보았는지도 궁금하긴 합니다.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뭐랄까 좀 서정적이기까지 한 표현을 남겨 놓고 넘어가버리면 그만인가 싶은 것입니다. 혹 지금도 저 제목들에 스며 있는 생각으로 뭔가 궁리하고 조사하고, 심층적인 기사를 준비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Ⅱ 한국에 온 『사피엔.. 2016. 4. 27.
광화문의 독서상 Ⅰ 세종문화회관 뒷뜰 의자에 앉아 있는 독서상입니다. 이 독서상의 모습과 닮은 모습의 저 젊은이를 풍자하기 위한 사진은 결코 아닙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 뿐입니다. 저 젊은이는 지금 핸드폰으로 중요한 정보를 검색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Ⅱ 공부, 뭐라고 하면 됩니까? 교과서를 외우는 것! 그건 아닐 것입니다. 교과서야 경전(經典)도 아니지 않습니까? 피히테의 『독일 국민에게 고함(Reden an die Deutsche Nation)』이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피히테는 18세기의 인물입니다. "암기는 어떤 다른 정신적 목적에 이바지하는 것으로서가 아닌 그 자체만으로 요구된다면 심성의 활동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심성의 고뇌가 된다. 학생들이 이러한 고뇌를 마지못해서 받아들였으리라는 사실.. 2012. 10. 18.
『한국, 언제까지 암기만 시킬 겁니까』 "한국, 언제까지 암기만 시킬 겁니까" Ⅰ 지난주 토요일 신문에서 본 기사입니다. "한국, 언제까지 암기만 시킬 겁니까" 제목만 봐도 멋지지 않습니까? Ⅱ 미 교육컨설턴트 케빈 리가 본 한국교육은 이렇습니다. "공교육, 사교육, 심지어 논술까지 암기 일색이다." "창의성을 억누르는 암기.. 2011. 5. 18.
조기유학을 떠나는 이유 - 우리는 무얼 어떻게 잘못 가르치고 있을까요 -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87 조기 유학을 떠나는 이유 - 우리는 무얼 어떻게 잘못 가르치고 있을까요 - 어느 기관의 자문회의가 끝나고 식사를 하면서 맞은편에 앉은 한 변호사에게 질문해보았습니다. "보시기에 우리 교육의 현실이 어떻습니까?" 그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습니다. "저도 4년 간 교사생활을 했습니다. 그 경험으로 말해보면, 우리의 교육방법은 연역적입니다." 그는 이어 연역적이라고 한 이유에 대해 몇 가지 사례를 들었습니다. 요약하면 학생들이 암기해야 할 핵심을 가르쳐주고는 끝없는 문제풀이에 들어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느 일간지의 1면 기사 「1020 인재들 한국 탈출한다」의 핵심은 "무조건 달달 외우는 시험공부 싫어" "반복해 문제만 푸는 수능공부에 지쳤다"는 내용이었습니.. 2007.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