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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사이보그5

황모과 《언더 더 독》 황모과 《언더 더 독》 《현대문학》 2024년 3월호 돈이 많으면 곧 모든 일을 AI들에게 시키며 살아가는 세상이 되겠지? 그런 세상에서도 더러 개(독)만도 못한 생활(언더 더 독)을 할 수도 있겠지? 돈으로 DNA를 편집해서, 그러니까 유전자를 조작(편집 혹은 시술)해서 머리가 최고로 좋게 하고, 온갖 험악한 바이러스를 다 물리치게 하고, 힘들여 운동을 하지 않아도 근육이 울퉁불퉁한 인간이 되게 하고, 인물이 훤한 인간이 되게 하고 심지어 지성과 인품마저 완전한 인간이 되게 하겠지? 과학자들은 지금 그런 걸 연구하고 있겠지? 유발 하라리("사피엔스")에 의하면 2050년경에 일부 사람들에게는 그게 가능해진다고 했지? '죽지 않는 인간' '신인류' '신과 같은 인간'이 된다고... 그럼 그게 정말 '인간.. 2024. 4. 3.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조현욱 옮김, 김영사 2016 교과서에서 배우기로는 '인류의 역사'라는 게 그리 흥미롭질 못했는데, 이 책에서는 일어난 일마다 특이하고 다채롭다. 과목으로 치면 세계사일 것인데 이렇게 재미있는 공부라면 기꺼이 세계사를 전공했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세계사 선생 유발 하라리를 그리워하며 읽었다.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는 어떤 곳일까? 유발 하라리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학생들은 그를 좋아할까?....... 교과서로 치면 단원 구성은 다음과 같다. 1. 인지혁명 2. 농업혁명 3. 인류의 통합 4. 과학혁명 인지혁명은 인간들이 똑똑해진 시기다. 농업혁명은 자연을 길들여 인간이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있게 된, 혹은 오히려 인간이 자연에 길들여진 시기, 과학혁명은 인간들이 스스로 주체.. 2024. 3. 5.
영혼 ② 호통치는 강아지 살아 있는 '진짜' 강아지인데 태엽을 감아 놓으면 "멍! 멍!" 짖으며 방바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하얀 장난감 강아지 같았다. 너무 더워서 일거리를 가지고 냇가로 나온 할머니를 지키고 있었다. 지금 "가던 길이나 갈 것이지 왜 기웃거리고 있느냐"는 듯 내 오른쪽에서 녀석을 내려다보는 노인을 부릅뜬 두 눈으로 꾸짖고 있는데, 딴에는 앙칼지게(그래봤자 앙증맞게, 그러니까 귀엽게) 짖어대는 중이었다. 하도 용을 써며 짖어서 앞뒷발이 약간의 시차를 두고 번갈아 뛰어올랐다. 저게 어떻게 무슨 짐승이나 새를 쫓을 때 한 발을 쾅 쾅 구르며 위협하는 사람처럼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강아지는 한 발로 구르는 게 아니라 두 발, 아니 네 발을 다 써서 그렇게 구르며 호통을 치고 있어서 더욱 앙증맞고 귀엽고(딴에.. 2024. 3. 4.
"인간은 필요 없다!" 우리를 더 잘 살게 해주려고 애쓰는 과학자들은, 지금 우리를 어떤 세상으로 데려가고 있는 것일까? 인조지능이 인간을 '노예화'하게 될까? 그럴 가능성은 적다. 그보다는 우리가 동물을 키우듯 인간을 키우거나, 내부 환경을 쾌적하고 편리하게 조성해서 경계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거의 들지 않게 만들고 그 안에 격리 보호할 가능성이 크다. 인간과 인조지능이 동일한 자원을 놓고 경쟁하지는 않기 때문에, 인조지능들은 지렁이나 선충을 대하듯 우리를 완전히 무관심하게 대하거나, 우리가 반려동물을 대하듯 온정적으로 대할 것이다. (...) 지구는 햇빛과 고독만이 존재하는 유리 사육장에, 모두의 이익을 위해 우리가 맞아들였던 기계 경호원들이 가끔씩 끼어들어 모두 순조롭게 돌아가는지 살피는, 벽과 담장 없는 동물원이 .. 2024. 2. 29.
썩어버린 심장 수리 중인 사이보그(블로그 《까치머리밥》 2019.2.8) 1 지독한 피로감이 엄습하면서, 전신을 두들겨 맞은 것처럼 온몸의 뼈가 욱신거리며 아파왔다. 사는 게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당장 죽을 수 없다고 해서 스스로 심장을 도려낼 수는 없지 않은가(에밀졸라 장편소설 『목로주점 2』(박명숙 옮김, 문학동네 2011, 86) 심장을? 도려낸다고? 심장이 썩은 나는 심장 얘기만 나오면 돌연 내 심장의 상태를 궁금해합니다. '지금 내 심장은 제대로 움직이고 있는 걸까? 피를 제대로 공급하고 있는 걸까?'…… 그것의 역할이 미흡하다면 인위적으로라도, 그러니까 내 손으로라도 그걸 움직이게 해야 할 것 같은 초조감, 강박감 같은 걸 느낍니다. 2 내 심장이 썩었다고 생각하게 된 건 순전히 '말' 때.. 2019. 7.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