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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인간은 필요 없다!"

by 답설재 2024. 2. 29.

가상인간(DAUM 이미지 : 2024.2.28. 부분), 위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가져온 우주의 한 모습

 

 

 

우리를 더 잘 살게 해주려고 애쓰는 과학자들은, 지금 우리를 어떤 세상으로 데려가고 있는 것일까?

 

 

인조지능이 인간을 '노예화'하게 될까? 그럴 가능성은 적다. 그보다는 우리가 동물을 키우듯 인간을 키우거나, 내부 환경을 쾌적하고 편리하게 조성해서 경계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거의 들지 않게 만들고 그 안에 격리 보호할 가능성이 크다. 인간과 인조지능이 동일한 자원을 놓고 경쟁하지는 않기 때문에, 인조지능들은 지렁이나 선충을 대하듯 우리를 완전히 무관심하게 대하거나, 우리가 반려동물을 대하듯 온정적으로 대할 것이다.

(...)

지구는 햇빛과 고독만이 존재하는 유리 사육장에, 모두의 이익을 위해 우리가 맞아들였던 기계 경호원들이 가끔씩 끼어들어 모두 순조롭게 돌아가는지 살피는, 벽과 담장 없는 동물원이 될지 모른다.

 

 

제리 카프란이 쓴 《인간은 필요 없다 Humans Need Not Apply》라는 책의 마지막 부분이다.

 

최신 문물을 이야기하면 더 좋겠지만 어려워서 아주 쉬운 예를 몇 가지 들어보겠다. 샘물을 길러 오는 대신 몇 발자국 걸어가서 수도꼭지를 틀면 되고, 빨래터에 나갈 필요도 없고, 아궁이에 장작불을 피울 것 없이 가스나 전기를 쓰면 되고, 온도조절기로 실내온도를 맞추고, TV를 틀어서 세상 돌아가는 걸 파악하고, 아니 골치 아픈 세상 돌아가거나 말거나 오락 프로그램에 파묻혀 낄낄거리거나 미소만 지으면 되고, 물건 살 것 있으면 홈쇼핑, 배달 이용하면 되고...

 

이러다가 우리는 아예 밖에 나갈 필요조차 없는 세상이 된다는 얘기겠지. 인간은 인조인간(인조지능)의 노예가 되진 않더라도 지금 우리가 집 안에서 키우는 동물처럼 격리 보호된다는 얘기겠지. 인조인간(가짜인간)들은 그런 우리(진짜인간)를 지렁이나 선충 대하듯 물끄러미(무관심하게) 바라보거나 강아지, 고양이 바라보듯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거지. 밖에 나갈 일이 있으면, 아니 좀 나가고 싶으면 어떻게 하지? 그 인조인간들 중 어느 녀석(놈)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겠지?"나 좀 잠깐 나가게 해 줘, 응?"

그런 세상에선 그럼 누가 진짜인간이 되는 걸까?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이런 변화를 역사학의 변화로써 설명하고 예측했다.

 

그는 역사를 물리학, 화학, 생물학으로 이어진 연속체의 다음 단계로 보았다. 이에 따라 사피엔스는 아무리 노력하고 아무리 많은 것을 이룩할지라도 생물학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스스로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으며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40억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자연선택의 법칙에 따라 진화해 왔는데, 21세기에 이르러 마침내 그 사실은 더 이상 사실이 아니게 되어 호모 사피엔스는 스스로의 그 생물학적 한계를 초월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즉 호모 사피엔스는 자연선택의 법칙을 깨기 시작하여 그것을 지적설계의 법칙으로 대체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몇십 년 지나지 않아, 유전공학과 생명공학 기술 덕분에 우리는 인간의 생리기능, 면역계, 수명뿐 아니라 지적, 정서적 능력까지 크게 변화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유전공학이 천재 생쥐를 만들 수 있다면 천재 인간을 만들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우리가 일부일처제 밭쥐를 창조할 수 있다면 평생 배우자에게 충실하도록 유전적으로 타고난 인간을 왜 못 만들겠는가?

 

우리가 여기서 이대로 브레이크를 밟고 호모 사피엔스를 다른 종류의 존재로 업그레이드하는 과학 프로젝트들을 중단하리라고 생각한다면 순진한 착각이다.

이런 프로젝트들은 불멸을 향한 탐구─길가메시 프로젝트─와 떼려야 뗄 수 없이 깊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가 예측하는 앞날은 호모 사피엔스(인간)의 세계가 아니다. 초인간의 세계다. 인간은 '외부 세계는 물론, 우리의 신체와 마음까지 조작할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 능력은 위험한 속도로 발달'하여 이미 '환자의 DNA에 맞춤 치료를 하는 의학의 시대'가 되었고, 우리의 후계자들은 마침내 '번식도 하지 않고, 성별도 없으며, 다른 존재들과 생각을 직접 공유'하고, '집중하고 기억하는 능력은 인간의 수천 배에 이르며, 화를 내거나 슬퍼하지 않는 대신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감정과 욕망'을 가진 '영원히 젊은 사이보그' '신 비슷한 존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섬뜩하다. 위로가 될 만한 것은 지금 당장이 아니라는 것뿐이다. 인간은 필요 없다》라는 책 마지막 부분에 이런 말이 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런 일들이 독자들이나 내가 살아가는 생애 내에 일어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