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에다 흉년마저 겹쳐 마당쇠를 내보낸 늙은 선비가 손수 땔감을 구하러 톱을 들고 나무에 기어올랐다. 글만 읽고 나무라곤 해보지 않은 이 선비, 욕심은 있어서 굵은 나뭇가지를 골라 베는데 걸터앉은 가지의 안쪽을 설겅설겅 톱질한 것이다. 떨어질밖에. 허리를 심하게 다쳤다.
돈이 없어서 의원도 못 부른 채 저절로 낫기만 기다리다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말았다. 머리맡에 둘러앉아 임종을 지켜보던 자서제질(子胥弟姪)에게 엄숙하게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내 말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하느니라. 혹여 나무를 베더라도 제 앉은 가질랑은 절대로 베어선 안 되느니라. 알아들었느냐?"
[출처 : 지례마을]
군소리 고금에 유언치고 이보다 더 교훈적인 것도 드물 줄 안다. 세상 살며 제일 조심하고 삼갈 것이 바로 '제 앉은 가지 자르는 짓'이기 때문이다. 자연을 파괴하는 것, 이웃에 해악을 끼치는 것, 큰집을 업신여기는 것, 부모 동기를 보살피지 않는 것, 남편을 소박하는 것 등이 모두 제 앉은 가지를 자르는 것 아닌가?
김원길 시인이 엮은《안동의 해학》이라는 책에 실려 있다.
이야기를 읽고 고소를 금치 못하다가 아래에 시인이 붙여 놓은 '군소리'를 읽고 숙연해졌다.
이 군소리를 듣지 않아도 좋을 사람이 과연 몇 사람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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