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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김정욱7

"아인슈타인은 저 위에서 웃고 있겠지" Albert Einstein 『시지프의 신화』는 자꾸 읽고 싶은 에세이입니다. 나 같은 사람도 알아차리기 좋도록 번역한 책이 있을까 싶어서 여러 가지 번역본을 살펴보았습니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자살을 할 것까지는 없다'는 알베르 카뮈의 특별한 부탁은 두고라도, 깊은 생각을 하게 되는 곳이 많아서 읽고 싶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부분도 그렇습니다. 여기 나무들이 있다. 나는 그 꺼칠꺼칠한 촉감이나 물기를 알고 있으며 그 맛을 느낀다. 여기 이 풀잎과 별들의 냄새, 밤, 마음이 느긋해지는 저녁나절들, 내가 이토록 저력과 힘을 실감하는 터인 이 세계의 존재를 어찌 부정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지상의 모든 지식은, 이 세계가 나의 것이라고 확신시켜줄 만한 것이라곤 아무것도 제공하지 못할 것이다. 당신.. 2016. 2. 24.
내 친구 김정욱 교수의 외도 김 교수는 자랑을 하지 않는 편입니다. 이 아파트에서 만나 1년이 넘도록 그가 세계적인 물리학자인 줄도 몰랐고 그냥 30여 년간 존스홉킨스대학 교수를 하다가 온 사람, 뭐 그 정도로만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까 고등과학원 초대, 2대 원장을 지냈고, 학술원 회원이고…… 나이가 나보다 훨씬 많은데도 아직도 필리핀에 가서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바닷속 생물을 촬영해 오고…… 우주나 뭐 그런 것에 대해 물으면 나를 초등학생 취급해서 대충 들어도 잘 알 수 있도록 설명해주고…… 그 김 교수가 오늘은 저녁식사를 하면서 한꺼번에 두 가지 자랑을 했습니다. 1. UWCWKim.com 여기 들어가 보면, 필리핀 가서 찍어온 바닷속 생물 사진이 수천 장 들어 있다. 이런 것에 호기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이 주소 가르쳐.. 2015. 4. 1.
김정욱 교수의 '내가 본 한국 교육' (Ⅱ) 나는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한다. 어느 날, 버스에서 하차하려고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대려는 순간 내 뒤에 서 있던 사람이 내 어깨 너머로 손을 내밀어 나보다 먼저 카드를 찍었다. 뒤돌아보았더니 고등학교 학생으로 보이는 학생이었다. 나보다 먼저 찍었다고 나보다 빨리 내리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의아했지만, 곧 그 일을 잊고 지냈다. 그런데 바로 며칠 전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번에도 비슷한 나이의 학생이었다. 두 학생은 과연 왜 그랬을까? 나는 행동이 그렇게 느린 사람도 아니다. 설혹 늦다고 치자. 카드를 내 어깨 너머로 내밀어 먼저 찍는 심리는 어떤 것일까? 요즈음 학생들은 무엇인가에 쫓기며 산다는 증거가 아닐까? 마음은 바쁜데 일은 마음대로 안 된다. '우선 찍어나 보자'는 심사다. 그래야 내려갈 .. 2014. 12. 31.
김정욱 교수의 '내가 본 한국 교육'(Ⅰ) Ⅰ 김정욱 교수는 올해 여든 몇입니다. 자신의 나이도 적은 게 아니라고 여겨질 때마다,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저절로 위축되는데, 저분인들 때로 그렇지 않으랴 싶어서 "올해 몇입니까?" "내년에는 어떻게 됩니까?" 하고 꼬치꼬치 묻지 말고 올해나 내년에나 그냥 여든 몇이라고만 알아두기로 했습니다. 그런 분이 원고를 쓰겠습니까? 전혀 안 쓴답니다. 과학에 관한 글이건 뭐건 안 쓴다는 선언 같은 얘기를 이미 들었습니다. 저 같아도 쓸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헛일삼아 설설 작업을 걸었습니다. 우리 교육에 대한 견해를 주고받을 때마다 그랬습니다. "아, 지금 그런 얘기를 글로 나타내면 참 좋겠는데……" 그렇게 말할 때의 내 표정이 볼 만했던지, 지난봄 어느 날 불쑥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언제까지 써달라고 .. 2014. 12. 30.
내 친구 김 교수 내 친구 김 교수 김 교수는, 나이는 나보다 '훨씬' 많습니다. 또 국내외로 유명한 과학자인 것 같지만 그런 건 내가 알 바 아니고, 우리말에 대한 상식은 '아직(!)' 나보다 못합니다. 광복 때 일본에서 들어와 국내에서 중·고등학교는 물론 서울대 전교수석으로 대학교까지 마치고 군대까.. 2014. 12. 8.
어느 과학자의 삶 Ⅰ '130억 광년 떨어진 은하계'랍니다.1이론물리학자인 '내 친구' 김 교수에게 물어봐야 할 것입니다. "김 교수님! 130억 광년이라니? 그게 진짜입니까? 도무지 느낌이 오지 않아서 그럽니다." 질문을 하자면 우선 내용을 좀 파악해야 할 것입니다. 사진 속의 abc가 뭘 뜻하는지 그걸 알면 좋겠는데, 사진 아래에 이렇게만 소개되었습니다. 130억 광년 밖 은하계 나사(미 항공우주국)는 허블우주망원경이 관측한 거대 은하 집단 아델 2744 이미지를 16일 공개했다. 우리 은하로부터 약 130억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델 2744는 허블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은하집단 중 가장 먼 것 중 하나이다. 나사·EPA 연합뉴스 그 신문 인터넷판을 찾아봤더니 "이른바 '중력렌즈' 현상으로 인해 뒤쪽 은하가 앞쪽 은.. 2014. 10. 19.
우주는 영원히 팽창한다? - 알고보니 유명한 김정욱 교수 Ⅰ 한 달에 한 번쯤 우리 동네 어느 노인과 저녁식사를 함께합니다. 그는 더러 자신이 미국에서는 유명했다는 듯한 얘기를 합니다. '존스 홉킨스'에서 물리학을 강의했고, YS가 자신을 초청해서 고등과학원을 세우게 했다니까 '뭐 그쯤 되겠지' 했습니다. 지금은 나처럼 아침저녁으로 공짜 전철이나 타고 다니며 꼭 와야 한다는 것도 아닌 사무실에나 나가는 처지니까…… 물리학이라면 『E=mc2』1이라는 책을 통째로 읽어봐도 아인슈타인이 누군지, 뭐를 한 사람인지,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는 형편이니까, 그를 만나서 대화 할 때는 북한 핵 개발 이야기도 좀 했고, 한번은 『파인만씨, 농담도 잘 하시네요』라는 책을 읽어본 얘기를 했더니 파인만이 썼다는 물리 교과서 이야기를 해주어서 어느 글에 다음과 같이 써먹은 적도 있.. 2013. 10.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