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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내 친구 김정욱 교수의 외도

by 답설재 2015. 4. 1.

김 교수는 자랑을 하지 않는 편입니다. 이 아파트에서 만나 1년이 넘도록 그가 세계적인 물리학자인 줄도 몰랐고 그냥 30여 년간 존스홉킨스대학 교수를 하다가 온 사람, 뭐 그 정도로만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까 고등과학원 초대, 2대 원장을 지냈고, 학술원 회원이고…… 나이가 나보다 훨씬 많은데도 아직도 필리핀에 가서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바닷속 생물을 촬영해 오고…… 우주나 뭐 그런 것에 대해 물으면 나를 초등학생 취급해서 대충 들어도 잘 알 수 있도록 설명해주고……

 

그 김 교수가 오늘은 저녁식사를 하면서 한꺼번에 두 가지 자랑을 했습니다.

 

1. UWCWKim.com 여기 들어가 보면, 필리핀 가서 찍어온 바닷속 생물 사진이 수천 장 들어 있다. 이런 것에 호기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이 주소 가르쳐 줘라.

 

 

당장 찾아가 봤습니다. 이제 천체물리학 연구 같은 건 그만두고 바닷속 생물 연구에 여생을 바치겠다는 건지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2. KBS 1TV 저녁 9시 뉴스 끝에 가면 <뿌리 깊은 미래>라는 짤막한 프로그램이 있다. 오늘 저녁에 한번 봐봐라. 내가 나와서 이휘소 박사 얘기 할 거다. 내일 저녁에도 나오고 며칠간 나온다더라.

 

 

그래서 한번 봤습니다. 정말로 그가 나와서 뭐라고 하는데, 내용은 잘 모르겠고, 이휘소 박사는 소립자? 하여간 그런 것에 관해서 무슨 모형을 정립한 세계 최고의 물리학자니까 당연히 노벨상을 받아야 했고, 40대 초반에 교통사고로 죽어서 너무나 아깝다고 했습니다.

 

나는 잘 모르긴 해도 우리나라는 '대한민국'이니까 자꾸 딴 데 신경쓰지 말고 정신차려서 하면 뭐든 다 잘할 수 있고, 노벨상 같은 것도 받기 시작하면 줄줄이 받을 것이 틀림없다는 것은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40여 년 이 나라 교육을 좀 해봐서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선 주입식에 너무 치우친 점은 "얼른" 고쳐야 합니다. 그게 문제입니다. 주입식은 '관리'하기에는 편하고 탈이 적지만 아이들에게는 '자격'을 획득하는 길 이외에는 아주 쓸모가 없는 단순한 활동에 지나지 않아서 그걸 교육이라고 불러도 좋을지 그것부터 의문입니다. 그러므로 "얼른"이 아니라 "당장" 고쳐야 합니다.

 

그나저나 내 친구 김정욱 교수는 아직도 내게 털어놓지 않은 자랑거리가 더 있을 텐데……. '외도'라고 했지만 아직 물리학에 대한 얘기는 한 것이 없고, 그런 얘기는 해봤자 나는 알아들을 수가 없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게 분명합니다. 나는 그의 저서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